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에세이는 시중에도 많이 나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와닿는 글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감대 높은 언어로 일반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보다 자기 세계에 파묻혀 버린 듯한 글들이 태반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 특별하지 않은 나에게 특별한 당신은 뭔가 다른 냄새가 난다. 이 글이 어떤 테마를 가진 것도 아니고 시적인 감수성으로 아기자기하게 포장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와닿는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았거나 사회에 어느 정도 발을 담갔을 무렵의 나이대 사람들이 보면 나처럼 공감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에게나 삶에 지쳐서 묻어둔 아련한 기억 하나쯤은 존재할 것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라든가, 이별의 아픔이라든가 어릴적 고향에 대한 향수, 순수함에 대한 동경, 지금 세상에 찌든 내 모습에 대한 회의감 등등. 그것들에 대해 이런저런 치유해결책을 늘어놓는 듯한 말보다는 그저 담담하게 그 감성을 이끌어내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는 그런 글을 우리는 오랫동안 원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를테면 ‘어쩌면 사랑은 마법 같은 게 아닐까/마법이 풀리면 서로 모른 채 살아가니 말야/이 얼마나 슬픈 일이야/한 번도 마법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대목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의 감정을 담담히 표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끝내 잊지 못하는 아픈 심정이 구구절절 표현되고 있다. 기교를 잔뜩 부린 시적 표현을 쓰지 않아도 이렇게 평범하게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인간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최예숙의 이 에세이는 그런 점에서 아마추어적인 미덕이 보인다. 아마추어적이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평가절하의 의미로 쓰이겠으나 이 작품에 있어서만은 절대적인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