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 전집] 백석 탄생 100주년, 미공개 시들 찾아 새로 만든 백석 시 전집

   

 

 

네이버 책카페 두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곳들의 회원소개 코너를 보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자매품 좋아하는 책)” 나는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술술 대답하는 이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수많은 작가와 책이 나를 키웠지만, 얕고 넓은 독서취향 탓에(절대적 독서량이 부족해서도 있고) 전작주의를 해본 적이 없어, 그러면서 그 작가를 알고 좋아한다고 차마 입이 안 떨어지기 때문이다. 호감이 강하지만 일부 작품만 읽었고 알아가는 중이라 말을 아끼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정말 글을 잘 쓰지만 마주하기도 싫은 작가나, 작품들이 취향이 아니지만 문체가 마음에 들어 많이 배우는 작가 등 더욱 좋아한다 말하기가 애매한 경우도 있다.

 

 

그럼 나는 정말 좋아한다 말할 작가가 없는 걸까 언젠가 골똘히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마음이 계속 된다면 감히 품어보고 싶고, 필명을 쓴다면 그의 이름을 따겠다고 오랫동안 생각했던 이가 둘 계신다. 그 중 한분이 백석. 다른 한분이 문학적 첫사랑 같은 분이라면 백석은 훨씬 늦게 알고 훨씬 잘 알지 못한 분이다. 백석은 오랫동안 남녘에서 금지된 이름이었다. 원래 북이 고향이었고 한국전 후 북에 남았는데 어쨌든 북한에 있으니 월북 작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해금이 되고서도 교과서에 실리고 수능에 나오며 백석의 글을 편히 읽기까지 무척 긴 시간이 걸렸다. 찾는 이도 없고 읽으면 빨갱이나 운동권 의심하는 묘한 공기,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때야 백석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백석 탄생 100주년이다. 해금 이후로 여러 출판사에서 백석 전집이 나왔지만 올해를 기념하며 또 하나의 전집이 나왔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딴 흰당나귀, 이번 백석 100주년을 위해 뜻 있는 이들이 새로 만든 출판사다. 1,600쪽에 달하는, 3권으로 분권한 백석 평전 <시인 백석>. 수십 편의 미공개 작품들을 담고 3,200여개의 시어를 사전처럼 정리해 수록한 <백석 시 전집>. 그리고 이 네 권의 책에 실린 여러 미공개 사진들. 대신 가격이 비싸다. 다 합치면 10만원이 넘으니, 선뜻 지갑 열기가 부담스럽다. 굶어서 책을 사고 있는 요즘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고. 그래서 일단은 <백석 시 전집> 한권만 샀다. 다 읽을 때마다 한권씩 천천히 사고 싶은데 혹여 그새 절판되진 않겠지?

 

 

그런데 흰당나귀의 작업에도 몽우와 송준과 연관돼 있다. 흰당나귀 책의 겉표지를 열면 보이는 몽우의 전각, 그리고 이 책들은 모두 송준이 쓰고 엮은 것이다. 송준은 문학자는 아니지만 존경스러운 문학팬이다. 이제 갓 지천명이지만 국내에서 백석 관련 가장 많은 자료를 읽었고 갖고 있는 분이 아닐까. 송준이 백석 외에 심취한 작가들이 몇 있지만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를 독학으로 익혀 국내외를 넘나들며 백석 자료를 찾았다고 한다. 암수술 직후 상태라 위험천만한데 백석에 대한 애정으로 이번 집필을 맡았다.  양서지만 작은 출판사에 고가, 이벤트 서평단으로 만나긴 힘든 책이다. 책사랑이들이 많이 알아 온오프 입소문내서 잘 팔렸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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