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zone(바보존)>, 내 안의 바보를 깨워라

바보zone=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무한 성장동력

바보는 블루칩이다!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며, 바보처럼 모험하라

 

 

 

차동엽 신부의 대부분의 저작들은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한 성서나 교리 해설, 신앙지침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명한 저작은 백만부를 돌파하고 5개 국어 번역과 다수의 번외편1들이 나온 <무지개 원리>이다. <무지개 원리> 외에도 쓴 자기계발서들이 있지만 그것은 일반 독자 대상이 아닌 가톨릭 교리에 입각해 만든 신자 대상의 종교적 자기계발서인데 반해, <무지개 원리>는 종교색이 없고 한국형 자기계발서의 대표적인 책으로로 평가되고 있으며 수많은 강연들이 그를 증명한다. 작년 말 출간된 <바보zone>는 <무지개 원리>에 이은 무종교색의 자기계발서이다. 공학도 출신의 신부, 자기계발서를 쓰는 신부 등 호기심을 일게 하는 몇몇 독특한 이력이 있지만 신학, 철학, 기타 인문학, 심리학, 과학, 경영학 등을 넘나들며 쓰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관심이 생긴다.

 

 

 

바보 예찬론인 이 책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책이다. 그동안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센몬빠가 등 이 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들을 비판한다. 어떻게 하면 좀더 능력 있고 좀더 성공하며 좀더 돈을 벌지 등에 관한 책들이 즐비한다. 그런데 <바보zone>의 내용은 단순 차동엽 신부만의 주장이 아니라 21세기 트렌드 변화에 따라 부각되는 인간형과 일맥상통한다. 재밌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부상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에도 얘기되어온 개념이다. 바보는 성서에서 얘기하는 하느님 나라의 주인인 순진무구한 사람이고, 노자가 말하는 땅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며(대지약우), 18세기 조선 지식인이 이상으로 삼은 벽치였고, 현대의 제너럴리스트와 반대되는 스페셜리스트이다. <바보zone>의 또 한가지 차별점은 단순히 바보 예찬의 이유를 나열하고 바보가 되기 위한 전략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의 자기계발서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정반대의 어떤 이상적인 인간형을 정의해놓고 그런 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것인데 <바보zone>에서 차동엽 신부는 누구나 바보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동안 외면 당한 '바보 인간형'의 가치에 대해 얘기해보고,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꼭꼭 숨겨왔던 '내 안의 바보'를 깨우게 한다. 총 세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크게 바보와 바보 블루칩, 바보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를 거치며 수많은 바보들의 사례와 바보의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고 바보 기질 중 자신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여줄 특성 12가지를 바보 블루칩으로 꼽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보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하며 각자의 바보존을 찾고 발현하려 애써본다. 속표지와 목차에 있는 그림들의 의미도 그런 상징인 것 같다. 발상을 전환하는 불빛(생각) 하나(등불), 그를 다시 정리하고 다지는 시간(움트는 새싹), 바보같은 삶의 미학과 진리(달팽이)…새겨 넣은 그림들만 봐도 <바보zone>이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얼추 짐작이 된다. 한편 소목차를 시작할 때마다 삽입된 사진들이나 촌철살인의 짧은 글귀들(본문 발췌 내용이긴 하나)은 잠시 쉬어가며 차분히 생각 정리를 하게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인 동시에 자기성찰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바보zone>을 다 읽고나면 여기서 말하는 바보가 절대 바보가 아니고 굼뜨고 느릿한 삶인 것 같지만 결코 느리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 된다. 바보 패러독스이긴 하지만, 이러한 논리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진리가 이해된다. 한편 이 책은 조금 마음을 편하게 해주게 하면서도 반성하게 해주었다. 마음이 편해진 까닭은 남들이 한심해하고 스스로가 봐도 맹목적이고 무모해보이는 '똘기와 삽질2'이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위안을 받아서였고, 반성하는 까닭은 이왕 파는 우물 남들 얘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좀더 깊게 집중할 걸 하는 회한 때문이다. <바보zone>에서 말하는 바보스러움의 강점은 시세에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과 소신으로 우직하게 몰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며 천진하고 순수하다. 그런데 그것은 특별한 인간형이 아니라 누구나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기질 중 하나이다. 잘 계발하면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유용한 무기가 된다. 한편 수많은 바보에 관한 영화, 책, 인물, 사상 등을 300쪽이 채 되지 않고 글씨도 큼직큼직 읽기 편한 깔금한 편집이기에 바보에 관해서라면 <바보zone> 한 권으로 충분할 것 같다. 책 가장 뒤에 참고문헌을 따로 정리했으니 책에서 양념처럼 소개하는 각종 소재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참고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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