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의 여자 인현왕후, 장희빈은 그저 최숙빈의 들러리였다!

   세종, 정조와 함께 조선 최고의 성군이라 꼽히는 영조. 탕평책으로 당쟁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며 재위기간 53년동안 안정적으로 조선을 통치했던 영조에게도 극복할 수 없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바로 신분이 미천한 어머니를 두었다는 것이었다. 이는 영조의 괜한 자격지심이 아니다. 실제로 영조의 어머니 최숙빈은 왕의 어머니 가운데 가장 미천한 신분인 천민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천민 출신인 최숙빈은 어떻게 후궁이 됐으며, 그의 아들을 왕위까지 올려놓은 것일까? 최근 최숙빈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동이>가 방송되면서 최숙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최숙빈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서 실제 그녀의 삶을 조명하기란 쉽지 않다.

   흔히 숙종의 여자라고 하면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꽤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라이벌 구도에 또 한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최숙빈이다. 폐서인 됐던 인현왕후를 다시 왕후의 자리로 불러 들이고, 인현왕후가 죽은 후 장희빈에게 자진하라는 명이 떨어지게 한 것은 모두 최숙빈의 힘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최숙빈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서 그녀가 어떻게 궁으로 들어오고, 인현왕후와 연이 닿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곳곳에 단편적으로 기록된 사료들을 토대로 추측해 볼 뿐이다. 5세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고아가 된 최숙빈은 관노비로 있다가 7세쯤에 궁녀로 입궁한다. 처음 그녀의 보직은 침방에서 누비 바느질을 하는 것이었지만, 어떤 기회로 인현왕후를 모시는 궁녀가 된듯하다. 장희빈의 모략으로 인현왕후가 출궁 당하자 다시 침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우연히 숙종의 눈에 들어 아이까지 갖게 된다.

   인현왕후와 장희빈, 그리고 최숙빈. 흔히 사람들은 인현왕후와 팜므파탈 장희빈의 라이벌 구도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장희빈과 최숙빈의 대결이 더 치열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를 낳지 못했던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그저 중전 자리를 두고 기싸움을 펼칠 뿐이었다. 하지만 각각 숙종의 왕자를 낳은 장희빈과 최숙빈은 목숨을 걸고 대결을 해야 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두 아들에게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인 편에 서있던 인현왕후와 남인을 등에 업은 장희빈의 싸움 사이에서, 아무런 당파에도 가담하지 않은 최숙빈이 어부지리로 최후 승자가 됐다고 하지만 사실 최숙빈은 인현왕후와 같은 편인 척해서 장희빈을 몰아내고, 서인의 힘까지 얻었던 것이다. 그녀는 세 여인 가운데 가장 영리하고 탁월한 전략가였을지도 모른다. 또 겨우 침방 궁녀에 불과했던 그녀가 숙종의 눈에 들 정도였다면 미모 또한 출중했을 것이며, 연이어 아이를 가진 것을 보면 건강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살펴볼 때, 그녀는 단순히 '조선 최고의 신데렐라'라 부르는 것을 다소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숙종에 눈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운이 필요했던 일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부터 그녀는 자기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녀는 신분적으로는 가장 미천한 천민 출신이었지만, 이미지 메이킹과 탁월한 전략으로 정비였던 인현왕후도 오를 수 없었떤 왕의 어머니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인 영조가 왕 위에 오르는 것은 보지 못했다.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숙종 대신 대리청정을 하는 시기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최후의 승리자는 최숙빈이었다. 장희빈의 아들 경종은 불과 재위 4년만에 의문의 죽음으로 이복 동생이었던 영조에게 왕위를 넘겨줘야했기 때문이다.

   영조는 재위 기간 내내 어머니 때문에 신분 콤플렉스를 겪어야 했지만, 자신의 신분 상승에만 머물지 않고 아들에게 왕위까지 물려준 어머니에게 그 누구보다 영조는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영조 또한 그것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어머니의 추숭 사업을 행했던 것일테다.

   이 책의 저자 김종성은 <오마이뉴스>에서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라는 코너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사람이다. 특히, 《선덕여왕》이 방송될 때는 드라마 속 미실과 실제의 미실을 철저한 연구를 통해 비교하기도 했었다. 미실처럼 최숙빈에 대한 사료도 많지 않지만, 그는 곳곳에 단편적으로 기록돼 있는 사료들을 수집하고 당시 시대적인 상황과 잘 결부지어 추측이나 허구가 아닌 사실만으로 최숙빈에 대해 써내려간다. 보통 드라마를 통해 한 인물이 재조명되면 흥미 위주의 책들이 쏟아져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데, 그는 아주 탄탄하게 최숙빈을 재조명하고 있다.

   참고로 최숙빈의 실제 이름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즉, 드라마 속 '동이'라는 이름은 가상으로 붙여진 것일뿐이다.

10-051. 『최숙빈 : 숙종시대 여인천하를 평정한 조선 최고의 신데렐라』 2010/06/20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