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인간이 소설이 될 수 있다!

   『인간적이다』로 성석제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됐다. 성석제 작가를 좋아하고, 이 책을 내게 소개해 준 한 지인은 ’소설이 참 답답하다’고 평했다. 답답하다면서 왜 좋아하는걸까? (성석제 작가를 좋아하는 지인은 조경란 작가도 좋아한다. 조경란 작가의 작품을 내게 소개해주면서도 그랬다. 답답하다고. 아무래도 이 녀석은 답답한 이야기에서 매력을 느끼나보다.)

   성석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려 했지만, 짧은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 많아서 늘 망설이기만 했었다. 어떤 이들은 단편을 잘 쓰는 작가가 진정 실력있는 작가라고 했지만,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리는 단편들은 왠지 아쉬움이 크고, 장편들보다 더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그래서 단편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와는 그리 친해지지 못했다.

   『인간적이다』는 단편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만큼 아주 짧은 소설 49편이 실려있다. 이런 소설들을 ’엽편(葉篇) 소설’이라 부른다. 나뭇잎 한 장에 다 적을 수 있다는 뜻인데, 보통 A4 용지 한 장 분량 정도 된다. 인터넷에서 한장 소설을 쓰다가 문학상에 당선돼 작가로 데뷔한 사람도 있긴 하지만, 분량의 제한 때문에 전통적으로 소설이 갖는 서사 구조를 제대로 갖추기 힘든 엽편 소설을 성석제 작가는 왜 즐겨 쓰는걸까?

   『인간적이다』에 실린 49편의 소설들은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장날 식당에 모여 막걸리 한사발씩 걸치고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고나 할까. 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산문처럼 느껴진다.

   이 짧디 짧은 이야기들에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추가해서 부피를 늘리면 단편이 되고, 장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성석제 작가도 좀 더 부피가 큰 소설의 기초가 되는 엽편 소설들을 즐겨 쓰고, 나 또한 그런 이유에서 이 이야기들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몇 작품 읽고나면, 앞서도 언급했듯이 소설이라기보다는 그저 이 사람 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지루하다. 성석제 작가를 소개해줬던 지인의 ’답답하다’는 평이 딱 들어맞는다. 뭔가 기발하거나 세련된 이야기는 없다. 감각적인 글들에 길들여진 나같은 사람들보다는 한 세대 위인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인듯.

   며칠전 강연회에서 박민규 작가는 세상 모든 사람이 소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난히 잘 생기거나 사연이 많아서 소설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성석제 작가가 49편의 이야기들을 『인간적이다』라는 제목의 소설집으로 엮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10-041. 『인간적이다』 2010/05/16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