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일상생활(=청소=마음의 수련)을 쭉 나열한 책인것 같으면서도, 저는 이렇게 이렇게 청소하고 있는데 당신은 어떻습니까? 하고 나지막히 찔러오는 질문같기도 한 책이다. 청소에 대해서 쓴 책이니 만큼 다양한 장소(때론 자신의 몸)를 청소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만 봐서는 승려는 하루종일 청소만 하는 사람같다. 하지만 그 청소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을 닦는 수련의 일종이라니 굳이 틀린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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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차례는 크게 다섯가지로 나뉘어있다.

<하나,청소에 대하여>에서는 '청소는 마음을 닦는 일입니다'라는 소제목의 첫글과 함께 이 책에서 내내 강조하고 반복하고 있는 청소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울, 청소의 시작>은 우리가 일상에서도 자주 청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엌, 화장실, 욕실등에 대한 청소이야기인데, 독특한 것은 이 장소들이 일반 가정집의 그곳이 아닌 절에서의 장소라는 점이다. 쓰임에 있어서야 일반집에서와 무엇이 다르겠냐만은 그곳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의 마음가짐과 일종의 규율들이 다르다는 것이 새롭다. 물론 저자는 중간중간 일반 가정집에서는 이럴것이다-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주거나 보통의 집에서도 이런식으로 청소해보세요-하는 팁을 남겨준다.
<세엣,문 안팎의 청소>은 장소가 아니라 부분을 이야기한다. 바닥, 조명, 방충망 등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이지만, 청소할때는 깜박하기 쉬운 곳들인것 같다. 혹은 알면서도 방치하기 쉬운곳들. 일부러 이런식으로 차례를 나눴나 싶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그랬다. 읽으면서 솔직히 청소법이야 그리 다를게 없었지만 청소에 대한 시각이나 생각자체가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엣, 몸과 마음의 청소>는 읽기전에도 읽으면서도 가장 뜨끔하고 신기했던 부분이다. 우리는 보통 청소하는 것과 몸을 씻는것 을 구분지어 생각한다. 몸의 구석구석을 씻는 것은 물론, 호흡과 수면, 식사와 배설까지도 '몸과 마음의 청소'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신기했다.
<다섯,청소의 끝>에는 4개의 글과 그림하나가 전부다. 청소의 기본개념(소유하지 않는 일, 물건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에 대한 두개의 글과 절에서의 생활에 대한 글 하나, 그리고 대청소에 대한 글 하나. 마지막으로 그림 하나. 이 마지막 그림 하나가 이 책을 웃으며 덮을 있게 해준다.(읽는 사람 궁금하라고 그림첨부는 하려다 말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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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반성하고- 어쩌면 이 책을 일종의 잔소리로 느끼게 될 즈음마다 그림이 하나씩 그려져있다. 단순히 글의 내용에 관련된 한장면의 그림인 경우가 많지만, 몇컷이 이어지며 만화같이 그려진 부분도 있다. 그림체는 섬세하거나 사실적이라기보단 말랑말랑하고 단순화된 캐릭터에 가깝다.(표지에 그려진 그림들처럼)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을 조금 더 가볍게 읽도록 만들어준다. 난 잘하고 있나- 심각하게 반성하거나 누가 이걸 몰라서 안하나-하는 심술이 고개를 들 쯤 이 그림들이 날 웃게 만들었다. 그래서 책이 더 수월하게 읽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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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청소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반드시 먼지가 쌓입니다. 또한 가을에 낙엽을 쓸고 돌아서면 그 순간 다시 잎이 떨어집니다. 마음도 마찬가지겠지요. 깨끗이 닦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더러움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찬 마음은 '지금'이라는 순간으로부터 점점 멀어집니다.

 그래서 승려들은 바닥을 닦는 데 전력을 다합니다. 청소는 바로 '지금'에 집중하는 수행인 셈입니다.

(본문 중 1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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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청소는 곧 마음을 닦는 일이며, 주변이 흩트러져 있다는 것은 곧 마음이 흩트러져있다는것이라고 말한다. 청소를 제때에 제대로 하지 않고 미뤄두는 것은 그만큼 헤이져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남들에게 보여지는 부분은 양호하지만 개인의 공간인 방의 청소상태가 엉망이라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 너그럽거나 헤이해져있는 상태라는게 아닐까,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한줄평을 하자면, "청소 안하고는 못배기게 부추기는 책"이다ㅋㅋ 기분나쁜 채근이나 잔소리는 아니지만 은근하게 권유한다. 요런요런 장점들이 있다고 사근사근하게 설명해준다. 꼬임에 넘어가는 느낌도 살풋있지만 읽고나면 어디를 먼저 청소할까 생각하게된다. 개인적으로 자기 방에서 읽으면 좋을것같다. 다 읽고나면 자연스레 방청소를 시작하게 될테니.

 

 

 

 

청소, 불교, 마음닦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