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은 사회과학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기술혁신의 문제는 결국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핵심조직인 기업의 활동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특히 정부정책과 관련하여 행정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다. 이책을 지은 김종범 교수는 한국 행정학계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는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이 분야에 관한 많은 저서를 냈다. 본인이 기억하기로는 대영문화사에서 나왔던 “과학기술정책론”이 분야의 한국어 교과서로는 가장 처음이었다고 생각한다.(아님 말고!) 어쨌거나 한국 기술혁신의 이론과 실제는 교과서라기보다는 좀 더 전문연구서에 가깝다. 기존의 기술혁신에 관한 이론으로는 ‘확산이론’(diffusion theory)과 ‘단계이론’(stage theory), 비교우위이론 등을 들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이러한 전통이론들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들이 성공적인 한국 산업화의 상징인 철강산업과 반도체산업 분야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역활용전략’이다. 역할용 전략은 종속이론에서 주장한 중심과 주변의 구분을 역으로 뒤집은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종속이론의 착취개념을 역착취 내지 역할용하는 것, 즉 주변이 중심의 기술을 오히려 역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본다. 기술혁신 산업정책 등에 관심있는 이가 볼만한 책이다.

기술혁신, 철강산업, 반도체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