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의 둔갑하는 여우왕의 모습에서 스산한 분위가를 느꼈는데 막상 다 읽고 책을 덮으려니 내 가슴 한켠에서 스산한 바람이 부는 듯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예부터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하여 죄없는 사람들을 홀리고 목숨까지 빼앗는 다는 이야기로 여름철 납량 특집극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 중의 하나로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기전엔 납량극과 같이 짜릿한 재미를 생각했었는데 왠지 여우들에게 아니 들짐승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먹잇감과 옷, 돈벌이 수단으로 여우들을 잡기에 화가 난 여우왕이 이대로 있다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종족들이 멸종될꺼란 생각에 자신들을 잡는 사냥꾼들의 마을을 찾아 사냥꾼들이 자신의 종족을 죽였듯이 여우들도 사냥꾼들을 죽였답니다.

이런 비극에 바람이네 마을은 모두 떠나고 바람이와 아버지, 그리고 눈먼 누나만 남게 되었어요.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은 여우왕만 잡으면 모든게 해결될거란 생각에 아버지는 여우왕을 잡으러 갔다가 여우왕과 사투를 벌이다 그만 낭떨어지로 떨어지고.....

바람이와 누나 역시 여우떼에 집을 나서고, 바람이 혼자 여우왕 소굴로 들어 갔다가 깡통 귀신이 되었답니다. 아무도 바람이를 사람으로 대해주지 않으니, 이제 바람이는 어떻게 될까요?

여우왕과 사투를 벌이다 쓰러진 아버지를 만나게 된 바람이. 이제 바람이와 아버지는 여우왕 소굴로 들어 가서 여우왕을 죽이면 되는데...

여우왕은 왜 사람들을 죽였을까요? 여우왕이 아버지를 만나 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써보며 생각해 보았답니다.

"다른 동물들보다 조금 뛰어난 꾀 하나만을 믿고 오직 자기들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지. 하지만 그런 날은 오래지 않을 거다. 우리 여우뿐만 아니라 호랑이, 늑대를 비롯해서 심지어 땅 밑을 기는 개미까지 인간에게 복수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 너도 사냥꾼으로 많은 동물들을 죽였으니 이제 순순히 죽어 주는 것이 하늘의 도리가 아닐까?"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살생이 여우왕의 슬프고도 잔혹한 복수극이 되었답니다.이젠 이 복수극도 끝났습니다.

오봉산에 다시 사람들이 찾아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