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나미아잡화점 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도 하고 원래 추리소설을 쓰던 사람이라고 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원채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기도 해서 말이다. 그래도 이번 년도에는 소설을 좀 읽어보자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책이다.  단편집 모음이라 읽기도 편할것 같다라는 생각도 있었다.

몇가지 단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10년만의 발렌타인’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오는 반전에 황당하기도 하도, 뭐.. 역시 소설이니 이런식의 전개가 가능하구나 싶기도 하고, 설마 현실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지는 않겠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읽는 내내 몰입해서 읽도록 진행되는 스토리나 문장들이 흥미진진하다. 확실히 추리소설의 작가다운 나름의 긴장감들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단편이라 장편과 같은 긴장감의 무게는 아니지만 글마다 나름의 긴장감들이 소설에 자꾸만 몰입하게 만드는 듯했다.

책의 첫 단편인 새해 첫날의 결심은 어의없기도 하고 코메디 같기도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라 무척 흥미로웠다. 주된 사건 자체가 너무 코메디라 마지막 반전은 그저 흐지부지 될 수 있지만 마지막 반전이야 말로 단편의 핵심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일본에서는 있었을 법 한 이야기라 그저 툭 넘어가기엔 은근슬쩍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기도 하다. 그대 눈동자의 건배 또한 왠지 일본에서는 그런류의 직업과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법도 하고 말이다.

고장난 시계에서는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상식을 비꼬기도 했다. 이 단편에서는 바보같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도 주인공 처럼 고정관념처럼 굳어버린 상식 때문에 때로는 많은 실수를 하고 있어서 그저 ‘허허’ 하고 웃어넘기질 못했다. 왠지 웃어버리면 실수를 하던 그때의 내모습도 비웃음당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 책은 단편모음집이 그렇듯 읽기에 편하기도 하고 추리소설의 특성상 흥미진진하다. 또한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읽힌다. 그렇다고 내용이 없는 사건들의 전개는 아니다. 읽다 보면 뭔가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분석하며 읽어야 하는 책도 아니다. 그냥 시간날때 한번 읽기 좋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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