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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긴읽었는데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다는 감상이 남았던 고전이다.
같은 낭만주의라도 '호반의 연인'과 '춘희'(라트라비아타)같은 경우는 대략 재밌게 봤는데 적과흑은 좀 난감했던 경우다. 소설 문체가 깔끔하지가 못했다. 작가의 전지적시점때문에 등장인물들 심리가 죄다 드러나는 것은 그럴수있다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변덕과 5분동안 열두번씩 변하는 생각의 변화를 읽다보면 정신이 산란해지는 수준이었다. 심리묘사를 꼭 그렇게 해야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적과흑은 신분상승 욕구를 가진 남자가 세상의 한계에 부딪쳐 좌절하다 끝내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아주 친절하다. 생략없이 매우 상세히 모든 상황과 감정을 정리해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목수의 막내아들도 태어나 잘생긴 외모때문에 오히려 부모에게 천덕꾸러기가 된 쥘리엥은 뛰어난 라틴어 실력을 발판으로 귀족가문의 자녀를 가르치게되면서 혼란스런 청년기를 시작한다. 젊기에 자제할수없었던 쥘리엥과 쥘리엥의 외모와 젊음에 이끌린 집안의 안주인인 드 레날 부인은 위태로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쥘리엥은 서서히 주변에서 의심을 받게되고 현장발각 위험에 처하자 새벽에 탈주하는 촌극을 벌여 파리로 거주지를 옮기게된다. 야망은 크지만 평민이라는 신분은 여기서도 그의 발목을 잡고 더구나 드 레날부인같은 지방 소 귀족이 아닌 유서깊은 귀족가문의 마틸드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절망은 깊어진다. 마틸드 부친은 그녀를 약혼자에게 시집보내려 하지만 사랑에 빠진 마틸드는 아버지를 피해 쥘리엥과 사랑의 도피를 하면서 소설은 사랑위주의 사건들만 보여준다. 쥘리엥이 별볼것없는 신분으로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을 숭배하며 그와 같이 되고싶은 욕심을 갖고있긴하지만 그는 그저 라틴어와 잘생긴 외모밖에 가진게 없는 남자일뿐이다. 사랑의 영원성을 노래하고 명예를 위해 결투를 신청하는 시대의 엔틱함이 도처에서 발견되는 고전소설이긴한데 그런점이 요즘 세대가 읽기엔 다소 구시대적이라는 느낌을 줬다는걸 말하지않을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