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작가는 제목과 달리 순수,순정이 아닌 순진한척 하는 얘기라고 이 소설을 소개했지만 성석제님 유머감각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맘껏 웃고 즐길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던 책이다. 일명 이치도의 모험담이라고 할까. 가진것 없이 태어나 세상의 변두리를 전전하는 주인공인건 여전한데 이치도는 여전히 생기발랄하게 자기 인생을 정면돌파하고 있다. 쭈뼛거리지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행보는 요절복통 자체였다. 군면제 판정을 받고도 불복해 떼를 써서 현역으로 갔다오고 골동품 태자관을 미끼로 대기업 회장을 등쳐먹는 대도의 흉내를 내는 유쾌한 모험담은 유쾌상쾌통쾌했다. 이치도는 도둑으로서의 재능을 여실히 발휘해 사기치기 고수에 오를 정도다. 홍길동전도 나오고 주몽의 신화도 나와 한줄 읽을때마다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성석제표 글발은 감동의 경지에 올랐다고 헤도 과언이 아니다. 이치도 외에도 군부대 근처에서 살다 치도를 낳은 엄마 춘매의 활약도 빠질수 없다. 아들이 원하지도 않는 수많은 아버지를 만들어주려 했던 춘매의 삶은 희극과 비극사이를 오갔다. 처음엔 웃었지만 작가가 글 사이에 감추고 있는 그녀의 이력은 눈물나는 통속성이 가득했고 버려진 채 아들을 키우며 고된 삶을 살아온 여자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확실히 작가님은 생각해보면 눈물나는 사연을 웃게 만드는 글로 바꿔주는 특이한 재주가 있는것 같다. 근작이라 할수있는 '참말로 좋은날'이 그저 웃기기만 하는 걸 넘어 고통스러운 현대인을 그린것에 비하면 이때만해도 순수하게 웃을수 있었던것 같다. 이보다 수준높은 해학성은 없다는걸 증명해주고 있는 성석제표 소설이라 다 재밌게 봤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가 작가님 최고 작품이라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