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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똥같은 철학..
사람은 읽은 책만큼 생각의 깊이를 갖고, 밟은 땅만큼 생각의 넓이를 가진다. 정말 개똥같지만, 약에 쓰일때도 있다.
열여덟 청년이 만난 네팔은 ’땅’이 아니라 ’세상’인 것이다. 인생 자체가 정처 없이 길을 떠나는 여행자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또 나를 찾아 끊임없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재혁이의 여행기이다.

저자 이재혁은 이 네팔 여행에 대한 기록이 단순히 네팔 여행기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동안 네팔 구서구석을 돌아다니며 자세히 기록한 책들은 이것 말고도 많을 테니까. 대신, 아직 성숙하지 못한 고등학생의 조금은 특별한 사랑이야기, 세상에 대한 사랑이야기, 환경에 대한 사랑이야기로 읽어주기를 당부한다. 재혁이는 ’월드비젼’이라는 구호단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네팔의 아이와 인연을 이어간다. 후원금으로 맺어진 인연은 재혁이를 네팔, 그 아이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고등학교 2학년이면 한창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때인데도 그는 과감히 길을 나선다. 책 속에서는 평생 찾을 수 없는 세상밖으로!

여행를 꿈꾸는 사람이나 여행을 시작하려는 사람, 다른 세상을 엿보고 싶은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같은 사람이 있다.
바로, 한비야..재혁이 처음에는 한비야의 영향으로 피가 끓게 되어,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지도 밖으로 행군을 시작한다.  그리고 세상의 풍경이나 풍물에만 촛점을 맞추었던 그의 카메라 렌즈를 사람속으로 향하게 만든다.

’정말 힘들어 죽겠군. 무쇠로 만든 사람이라도 녹고 말겠다.’ 이렇게 입이 댓발이나 나와 죽겠다고 아우성치면 내 안의 내가 곧바로 튀어나와 이렇게 묻는다. 누가 시켰어?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잖아. 아니 누가 그만두겠대?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럼 왜 계속 하고 싶은 건대? 답은 아주 간단하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다. 내 피를 끓게 하기 때문이다. 몸은 고생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中-

네팔에서 구호활동에 참여하고, 네팔 아이들이 자라는 열악한 환경에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함을 알리고 싶어하고, 때묻지 않은 네팔의 자연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물론 고산지대에서 개미 떼처럼 달려드는 거머리떼에게 발을 유린 당하고, 신호등 없는 거리에서 고막을 찢을 듯한 경적소리에 시달리기도 하고, 원숭이들에게 식량을 약탈 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하지만..그런 기억들까지도 소중히 담아서 온다. 여행의 제 맛을 내주는 것이 이런 자잘한 양념들이라는걸 재혁이도 깨달은것 같다. 마치 내가 재혁이와 나란한 길을 다녀온 듯 하다.  물론 출판사 편집자의 손이 많이 갔겠지만, 고등학생이 전하는 여행기 치고는 꽤 섬세하고 깐깐하다. 도전하는, 아름다운 개척자의 발길이 닿을 다음이 기다려진다.

후感...책읽는파랑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