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끝에서 가물가물거리던 경제개발시기 소외됐던 사람들 이야기. 우리사회의 못 가진 자들을 비유한 난장이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지금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투쟁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못 가진 자들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가진 자들은 그들의 돈과 권력으로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한다. 90년대 중반부터 자유경제체제로 진행되면서 부의 양극화를 넘어 계층간 양극화로 확장 가속됐다. 현재 젊은이들은 변변한 직업조차 구하기가 어렵게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양극화가 가져온 욕심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인지, 사회구조가 불안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30~40년전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슬픔을 이겨낼 수가 없다.

난장이 가족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면 칠수록 나락으로 떨어진다. 경제 발전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어디서든 존재한다. 여러 이유를 대면서 우리는 그런 약자들을 지금껏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소설 속 난장이는 희망을 품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애석하게도 소설 속 난장이는 그런 세상을 누려보지 못하고 죽는다. 그 발버둥은 자식들에게 이어지지만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가진 자들이 누리는 것을 못 가진 자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물질이 늘어나고 풍요로워 지면 모두가 평등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인간의 욕심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투쟁한다. 그 투쟁에서 진 사람들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난장이 가족이 그 때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 기억 속에도 존재하던 그리 멀지 않던 과거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난장이 자식들은 재개발되는 집을 떠나 공장지대로 살기 위해 들어간다. 그곳은 왠지 회색 빛의 어두컴컴함이 그려진다. 앞만 보고 달리던 시기의 모습은 단 한가지였다. 경제성장, 하지만 그곳에 서민들을 위한 삶은 없다. 국가와 가진 자만이 있을 뿐이다. 나락으로만 떨어질 것 같던 시기에도 못 가진 자들은 살려고 발버둥쳤다.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범죄인이 되고 몸을 허락해야 되는 그런 세상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은 그들을 보면서 나 역시 희망을 꿈꾼다. 그런 희망을 놓지 않은 게 지금 우리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었지만 소설 같지 않은 우리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조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