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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저서가 모두 절판되고나서야 나는 그의 책이 읽고싶어졌다.

<무소유>를 찾아 이리 저리 헤맸으나, 결국 구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의 문답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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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불교계의 큰 별인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말씀을 한 권의 책 안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그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특히 성철 스님의 말씀을 책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인지라 책을 받아드는 그 순간이 그토록 기다려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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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목에 걸맞게 하얀 바탕으로 꾸며져 있다.

설전(雪戰)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책 날개에 이에 관한 풀이가 자세히 되어 있었다.

차갑고 냉철하면서도 부드러운 수도자의 자세를 '눈'이라는 매개로 형상화하는 한편,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웃게 만드는 유일한 다툼인 '눈싸움'의 이미지를 통해

성철과 법정 두 사람 사이에 오간 구도의 문답과 인연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풀이를 읽고나니 '설전'이라는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설전'이라는 제목에 대해 나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었는데,

책을 통해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하얀 눈으로 표현되는 제목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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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의 성철 스님은 모든 잘못은 본인에게 있다는 수도승의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러도 잘못을 한 그 사람의 탓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르게 한 '나'의 탓이며,

또한 바른 길로 이끌지 못한 종교인의 잘못이라 일컬으며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 내용을 읽으며 나는 지금껏 남의 탓만 하고 살았던 건 아니었는지,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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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불교와 타 종교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타 종교가 절대 신을 믿는 것이라면 불교는 나와 너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처이고, 곳곳이 다 극락세계라는 이치였다.

참으로 훌륭한 말씀이자 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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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몇 달 전에 읽은 최인호, 법정 스님의 대담집인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우선 서로 묻고 답하는 식의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불교라는 공통적인 종교,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이 유사했으며,

무엇보다 법정 스님이라는 인물이 두 책에 동일하게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문답집 혹은 대담집을 읽고 있다보면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함께 그 자리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만큼 그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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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만나러 오늘 사람들에게 삼천배를 하도록 한 성철 스님의 깊은 뜻과 곧은 절개를 이 책을 통해서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말씀을 통해 마음이 정화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생을 검소한 모습으로 살아오신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께 합장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