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 하루키의 문학세계는 1q84를 기점으로 환상과 사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소 신비하면서도 섹시함이 우러나고 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자아를 찾아나선 남성이 그려지기도 했지만 이와는 별도로 기사단장 죽이기는 1q84와 멀게는 태엽 감는 새와 이어지는 하루키 월드를 재편성하고 있다. 물론 주인공이 30대 남성인 것과 애인 혹은 부인으로 발발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다자키 쓰쿠루와 기사단장죽이기는 연관성이 있지만 그보다는 좀더 환상을 더한 작품이다. 

사실 기존의 하루키 월드를 벗어나 문학성과 이야기에 좀더 집중하고 있구나 싶은 면면이 곳곳에 드러난다. 템포가 절제되어 있고 드라이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 중년의 하루키의 야심과 변곡점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그의 신작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