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사랑과 우정과 책이 있는 그 곳. 건지 아일랜드.

처음 책을 받고 너무 두꺼워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걱정일 뿐이었다. 편지 형식이라 내용 연결이 잘 될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 역시 전혀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직접 나에게 온 편지들을 읽는 듯한 가볍고 유쾌한 필체와 편지를 쓴 여러 사람들의 성격에 따른 다양한 필체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정말 주고 받은 편지를 담은 듯 해서 어떻게 이런 소설을 지을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 있었던 일일까.. 전쟁의 참상이 너무도 가슴이 아프지만 건지 아일랜드의 사람들과 우리의 주인공 줄리엣과 엘리자베스, 도시 등의 캐릭터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친근하여 실제 건지 아일랜드에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마저 든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지 비커스태프 전장에 가다>라는 칼럼을 엮은 책으로 유명한 작가가 된 줄리엣은 채널제도의 건지 섬의 도시 애덤스로부터 찰스 램의 책을 구해달라는 부탁의 편지를 받게되고... 도시 애덤스와의 편지를 시작으로 건지 섬의 독서회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고 회원들과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그러면서 타임즈에 기재할 새로운 칼럼에 이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건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된 줄리엣은 완벽한 신랑감(조건으로 본다면..) 마컴 레이놀즈의 청혼도 뒤로한 체 건지 아일랜드로 떠나게 된다. .... 그 뒤에 펼쳐지는 건지 아일랜드에서의 평화로운 삶과 재치만점인 에피소드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듣게 되는 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그 속에 죽어간 슬프지만 용감했던 영혼들의 이야기..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독서회 사람들과 돼지구이 파티라는 엉뚱한 사건으로 급조된 독서회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문학과 전혀 관련이 없던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시각으로 문학을 논하게 된다. 칠십 평생을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하며 책과 함께 했던 저자의 문학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이 책은,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보다 따뜻하고 진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외부와 차단된 채 혹독한 시련을 겪은 건지 섬을 배경으로 독일군 강점기가 남겨놓은 상처를 다루지만 고통스럽지만은 않은, 서로 믿음과 애정을 키워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읽는 이를 행복하게 한다." <출저 : 인터파크>

지금이야 문자나 전화로 너무도 손쉽게 소식을 전할 수도 있고 인터넷을 통해 전혀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도 금새 친구가 되기도 한다. 문자나 전화도 없던 그 시절 오로지 편지나 전보를 통해 소식을 주고 받는 것이 정겹기만 하다. 여고생 시절 아니.. 대학 신입생때까지만 해도 나도 친구들에게, 선배들에게, 선생님께 고르고 고른 편지지에 쓸 말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써내려 가던 것이 더오른다. 지금도 책상 서랍안에는 문구점 갈 때마다 충동구매한 예쁜 편지지와 엽서들이 한 가득이지만 마지막 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던지.. 한 때 펜팔 친구가 유행하여 청소년 잡지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의 주소를 알아내어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책을 구해주십사하고 편지를 보낸 양돈농부 도시나 그에 응하여 정성을 다해 부탁을 들어주었던 줄리엣. 그들의 작은 용기와 친절이 이 위대한 소설의 첫 출발이 된다. 너무 멋지고 낭만적인(?) 첫 출발이 아닌가.. ^^

이 책이 이렇게 내게 기쁨을 주고 즐겁게 읽힌 이유를 두가지로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들!! 재치넘치고 유쾌한 줄리엣과 그녀의 완전 소중한 친구 소피. 그리고 그녀의 오빠이자 편집자인 시드니. 그리고 정이 넘치고 바로 고향 사람들처럼 친근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회원들. -양돈농부이자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고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하는 마력을 지닌 도시 애덤스, 전쟁 중에도 기지를 잃지 않고 용감하며 모든 사람들 마음 속에 살아 있는 엘리자베스(그녀는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이며 위대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녀와 건지섬에 머물렀던 독일 장교 크리스티안 사이의 딸 사랑스러운 키트. 이웃집 할머니처럼 정이 넘치며 분별력 있는 아멜리에 모저리. 전쟁으로 사위와 딸 제인을 잃고 손자 일라이를 돌보며 살아가는 에벤 램지. 독특하고 개성넘치며 어뚱한 매력의 이솔라 프리비... (이 섬 사람들의 3차 세계 대전 중에 겪은 고통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유쾌하게 이겨낸다. "감자껍질파이 클럽"을 통해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며 즐거움을 발견하고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 그리고 줄리엣을 사랑했던 마컴 레이놀즈...

둘째는 문학회 "감자껍질파이 클럽"을 통해 보여지는 독서의 위대함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급조된 이 문학회는 평소 책에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이웃의 할머니, 아저씨, 농부 등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도 독일의 산엄한 감시를 피하기 위해 임기응변의 방편으로 시작된.. 그러나 이들은 전쟁 통에도 문학회를 통해 위로를 얻고 희망을 찾는다. 건지 섬에 착륙한 독일 군들에 의해 가족을 잃고 생사를 모른 체 헤어져야 하고, 배고픔에 허덕이는 생활을 하지만 사람들은 이웃에게서 용기를 얻고 함께 이겨나간다.

"바로 그 점이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작은 관심 하나로 책 한 권을 읽게 되고, 그 책 안에서 발견한 작은 흥미 때문에 그 다음 책을 읽게 되고, 거기서 찾아낸 것 때문에 또 다시 다음 책을 읽게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독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됩니다. 거기에는 가시적인 한계도 없으며,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이유도 없습니다."
-본문 25p 줄리엣이 도시에게 보낸 편지 中 -

"그 책이 어떻게 건지 섬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책에는 귀소본능이란 것이 있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게 아닐까요? 그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본문 23p 줄리엣이 도시에게 보낸 편지 中-
정말 얼마나 즐겁고 놀라운 일인가.. 책 한권으로 인연은 시작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것이.. 이 책에 소개된 문학회 사람들의 에피소드 중 시를 알게 됨으로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과 결혼하게 되는 클로비스 포시의 이야기, 종교를 이해하게 되어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는 윌 티스비 등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 어느 세대에는 있을 수 잇는 일인 것이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이 책은 귀소본능에 의해서 나에게 왔다. 책이 아마도 나에게 어울려 마음깊이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 또 이 책을 통해 찰스 램이나 <제인에어>, <오만과 편견>, 토머스 칼라일의 <과거와 현재>,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등도 읽어보고 싶??지 않는가, 한 때 사람들이 영혼을 가졌다는 것이-평판에 의한 것이 아니라, 혹은 수사적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이 아는 진실로서, 그리고 그에 의하여 행동하는 진실로서! 참으로 그 때는 도 다른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자신의 영혼의 소리를 잃었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 우리는 다시 그것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더 나쁜 일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토머스 칼라일/ <과거와 현재>"
자신의 영혼을 그 자체의 소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판에 의해서 안다는 것-놀라운 얘기 아닌가요? 저에게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를 왜 설교자가 말해줘야 한답니까? 만일 제가 혼자 힘으로 영혼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있다면, 영혼의 소리도 혼자의 힘으로 들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본문 182p 윌 티스비가 줄리엣에게 보낸 편지 中-

작가 소개 : 메리 앤 셰퍼 & 애니 배로우즈
메리 앤 셰퍼는 1934년 미국 췌스트 버지니아주 마틴스버그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평생 여러 곳의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했고, 지역신문의 편집을 맡기도 했다. 그녀의 오랜 꿈은 ’출판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을 쓰는 것이었다. 으느날 그녀의 오랜 문학클럽 친구가 말했다. "닥치고 쓰기나 하라고!" 이말에 자극을 받아 쓰기 시작한 소설이 바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다.
몇년간의 작업 끝에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초고가 나왔다. 그녀의 문학클럽 회원들로부터, 전 세계의 편집자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그 직후 메리 앤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다. 그녀는 조카이자 작가인 애니 배로우즈에게 책의 마무리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2008년 초 세상을 떠났다. 이 매혹적인 데뷔 소설은 그녀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