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프랑스 소설은 어딘가 모르게 철학적인 분위기가 강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욤 뮈소라든가 이번에 소개할 『고양이』라는 작품으로 또 한번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경우에는 확실히 가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경우에는 그 창작의 원천이 어디일까 싶을 정도로 매 작품마다 색다른 이야기를 통해서 신선함을 안겨주는데 이번에는 살아있는, 그래서 정신이 있는 존재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아니면 고양이를 포함해 개나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을 담은 책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인간의 시점에서 고양이를 관찰하거나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거나 아니면 고양이의 특성을 닮고 싶다는 이야기 등인 경우는 많았어도 이렇게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인간과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이야기는 흔치 않았던것 같다. 더욱이 간절히 소통을 원하는 고양이라니...

 

책은 도입부부터 예사롭지 않은데 살아있는 생명체인 쥐와도 소통하고 싶어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면서도 블랙코미디 같이 웃음을 자아내다가 테러로(고양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나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테러를 기억해낼 것이다) 충격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고양이의 시점에서 보여준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그저 짐작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바스테트일 것이라 생각하는 암고양이는 어느 날 자신의 옆집으로 피타고라스라는(이름도 상당히 거창하다) 고양이와 친구가 된다. 이야기는 이렇듯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두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시선에서 관찰하고 발견해낸 인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간혹 우리도 우리식으로 동물들을 분석하고 또 그들의 생각이나 느낌 등을 어림짐작하게 되는데 혹시 고양이도 인간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을 하나 싶어 작가의 발상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게다가 지나치게 뛰어난 고양이 피타고라스는 인류간의 전쟁을 보면서 세계 대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인데 실제로 책에서는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가 살고 있는 파리 시내에서 테러가 수차례 발생하면서 내전으로까지 번진다는 다소 충격적인 전개를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페스트까지 유행하고 이로 인해 인간이 떠난 파리에는 이제 도시를 점령하다시피한 쥐떼와 이 쥐 떼로부터 도시를 탈환하겠다는 고양이 무리가 대결을 앞두고 있고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쥐 떼들 앞에서 수적으로 불리한 고양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황당무계하다고 할 수 없는, 도대체 이 작가의 머릿속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하게 만드는 놀랍고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제목이나 표지만 보면 마치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같은 스릴러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속에 담긴 이야기는 어떤 장르인가 싶게 정의내리기도 힘든, 그러나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한다는 점에서 다시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매력에 빠지게 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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