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에너지가 고갈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밖에서 에너지를 모두 써버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하고 가만히 앉아 숨고르기만 했던 시간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에 살기 때문인지 갖고 있는 에너지가 작기 때문인지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그런 상태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날들이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슬픈 날>이라는 제목에 선뜻 손이 간 것도 그런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엄마의 우울이 아이들에게는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풀어냈는지 궁금했다.

 

햇볕 쨍쨍한 날의 엄마와 함께 있는 모나는 더없이 행복해보이지만 모나의 엄마에겐 이따금 찾아오는 슬픈날이 있다.

그 날이 오면 엄마는 학교에서 돌아온 모나가 문을 두드려도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열어줄 힘조차 없고 한참만에 헝클어진 머리와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간신히 문을 연다. 소파에 누워 종일 잠만 잘 뿐이다. 모나는 엄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집안 청소를 하고 장을 봐서 파스타를 만든다. 그리고는 이불속 동굴에 숨어 슬품에 전염되지 않도록 기다릴 뿐이다.

 

엄마의 슬픔이 아이에겐 얼마나 큰 짐인지 가슴 아프게 읽어가는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슬픔이 아이의 잘못은 아니며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준다.

마음이 아픈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