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에 엄선된 후보들을 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이들이 과연 동인문학상을 더럽히지 않을 인재들인가. 이들의 공통적 문학주제인 소소한 일상의 묘사가 과연, 그들의 선배들이 일궈낸 문예정신에 어긋나지 않은 정신의 스케일에 유의한가? 많은 사람들이 문학상은 글을 잘 쓴 사람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문학상은 글을 단지 잘 쓴 것 이외도, 그러니까 의미성이라던지 화려한 기교 외에도 더 중요한 가외의 것, 일명 독특한 감수성에 의미를 둬야 하지 않을까 작가만의 놀라운 개성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문학은 한 사람의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공통분모적이고 로마네스크한 것이다. 또한 아무리 천재적인 정신을 가졌다 한들 모든 쌓여가는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가가 천재보다 그 기질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문학은 하나의 기교와도 같은 것이다.

  문학은 철학과 마찬가지로 인문학스런 관념의 예술이다. 아무리 문학이 객관을 그려내려 한들 주관의 묘묘한 색채를 어찌 벗어낼 수 있을까. 문학이란 관념덩어리인 것을. 달리 생각하면 헤겔는 모든 문예가의 대선배격일 수도. 왜냐하면 우리가 글을 써가면서 뇌리에 품어놓은 많은 관념들을 그가 일찍이 진실이라 표방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전해내려오는 그 유명한 헤겔의 관념론! 헤겔의 그 문장들은 모두 진정성있는 진실이었다. 최소한 지금 세상을 사는 작가들처럼 문학이란 객체를 더럽히지 않는 고귀한 철학의 대가였다. 지금 과연 글 제대로 쓰는 사람들이 세상에 존귀하는가? 문학은 죽었다. 진정한 문학, 우리가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는 건 모두 죽어나갔다. 이런 세상에서 동인문학상이 쓸모가 있는가. 존 그리샴 따위가 팔려나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갈 필요가 있는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단지 글이란 주체를 적합적으로 다뤘다고, 그 양이 많다고 우수한 문학이 아니다. 문학은 단지 글이 아니다. 글중에서도 가장 우수하고 세련된 게 문학이어야 한다. 칼럼이랑은 틀리다. 칼럼의 비진정성이 문학까지 다가와도 안 된다. 문학 자체는 물론 '실재'다. 이건 어떤 물건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문학이 관념적이라 한다면 문학은 인간이 생성하는 알과 같은 거기때일까. 실재는 인간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재의 움직임을 잘 포착해야 '대가'라 할 수 이있는데 문학을 비롯해 다른 분야의 대가들도 단순히 시간끌며 그 분야에 버텨와서 그런 명칭을 수여받는 게 아니다. 오랜 기간 어떤 눈[eyes] 같은 걸 수련해 온 나머지 일찍이 다른 이들이 가져보지 못한 오묘한 법열 같은 걸 가지게 된 것일까.

  필자가 글을 쓰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은 쌓여가는 거라는 거. 문학은 지식없인 10/1도 창조해낼 수 없다. 컴퓨터의 수열과도 꼭같이 소스가 있어야 하고 작동자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 책을 많이 보면 볼수록 유리하고 더 많이 고민할수록, 사색할수록 유리하다. 한가지 주요한 것은 필자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문학상은 아무나 도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제발이지 갓잖은 실력으로, 지식으로 동인문학상을 더럽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이다. 마치 필자와 꼭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