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빛나는 철학도였다. 철학이 곧 삶이었고, 철학이 곧 모든 느낌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세상의 실체와 부딛이는 철학적 관념은 부서지도 파도와 같이 무의미한 게 되버렸다. 깊이있는 사상이 한순간의 아픔으로 무너져 버린 거, 이해할 수 있는 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고 싶다. 어쩌면 내 철학의 심층적인 저변의 구조물들은 우울증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것은 현대인들의 지나친 착각이 아닐까. 우울증은 다만 손해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뇌의 인지능력을 떨어뜨린 채 어떻게 철학은 발전할 수 있을까. 몇 잔의 커피만으로 사상의 축적의 파편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우리가 직시하는 행태를 어떤 실증적 요구라고 봄 직한가?

  거의 모든 정신과약들을 먹어봤다. 5년간의 분열로 그만큼의 세월동안 나도 가만히 누워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도약하고 싶었고 더 배우고 싶기도 했다. 우울증은 걸려본 사람많이 안다. 우울증은 결코 우리가 수도승처럼 내면으로 이겨 낼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우을증은 알츠하이머와 유사하다. '뇌의 병'인 것이다. 우울증의 임상적 사례를 변경하려면 주문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약이 필요하다. 그것도 장기적인 치료가 필사적이다.

  3년 간 클리닉에서 프로작 60mg~80mg의 고용량을 먹어왔다. 그외의 잡약 리튬 저용량과 싸구려 정신분열 치료제들로 수면과 일정한 감정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세로자트를 1년 먹어왔다. 세로자트는 SSRI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약에 속한다. 세로자트는 부작용이 심했지만 무언가 느낌이 온다고 해야할까 끊기는 불가능했지만 여러가지로 단일제로 먹었던 지라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좋은 게 있었다. 머리가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잠시간의 조증을 경험했다.

  6개월 간 정신분열증 치료제 리스페돈을 먹다가 웰부트린과 같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6개월이 흐른 후 레메론을 45mg 먹었는데 비싼 약이지만, 또한 부작용으로 비안정을 경험했지만 사람의 감성을 부풀려주는 이약을 초기에는 만족했다. 레메론을 이렇게 1년을 먹었다.

그리고 2개월 간 이펙사를 120mg먹었다. 이펙사는 굉장히 혁신적인 약이다. 먹어보면 그 진가를 알겠지만, 거의 CNS[중추신경계]각성제라고 할 만직한 각성효과를 우울증 환자에게 재생해낸다. 그러나 CNS 각성제는 아니다.

  현재 먹는 약은 SSRI 중에서는 최신으로 꼽히는 렉사프로다. 20mg 먹고있다. 자이프렉사도 10mg이나 먹고 있다. 데파코트는 500mg에 수면제도 포함해서. 이해국 교수는 나를 비정형 우울증 환자라고 칭하고 있다. 그 얘기가 맞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번에 인권위원회 신고로 이해국 교수와는 절교하게 되었다.

  우울증은 명칭대로 '우울'함이 다가 아니다. 우울증은 수많은 정신병적 증상들의 총체적인 압축의 표현이다. 불안과 공황, 슬픔과 불면 혹은 과수면, 관절염과 비만 또한 지속적 권태감과 의혹감까지 망라하여 우울증의 기능(?)은 무수하다, 그리고 유구하다. 삶에 대한 비만족성도 우울증의 한 역할이라 볼 수 잇다. 그렇다고 우리 삶이 모두 우울증의 궤도를 따라간다는 건 아니다. 대부분이 잠시 간의 우울증을 경험하고 회복한다. 정상인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우울증인지 아닌지는 배워가는 지식으로 알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최신정신의학서적과 약리학 서적의 공부 그리고 필자만이 느끼는 병자의 감각으로 이제 의대 정신과 인턴 정도의 직관능력은 선행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뇌 분야에서 전문가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다고, 짧은 생이지만 평생을 뇌과학에 모든 걸 바쳐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현재진행형인 병이 언제쯤 자취를 감추고 필자의 새로운 인생의 용태가 시작될 지 지나가 봐야 아는 일이다. 6년을 우울증과 함께 해온 필자의 불행이 언젠간 끝날 거라고 기도해 주면 감사하겠다.

  자신이 우울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단 필자와 상담해도 좋다. 필자가 제 능력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당신의 증상을 규명해 주리라. 일단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알콜, 카페인, 니코틴의 과용을 조심하고 규칙적인 수면상태와 적절한 운동을 유지하라. 간단하고 쉽게 말해서 자기 정신건강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 자기 삶은 자기가 살듯. 언젠가 우리에게 한줄기 햇빛이 비칠 날이 있을 것이다. 한줄기 햇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