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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최상의 것이라 믿는 실수를 저지른다.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인식하지 못한 채.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시공간이 더해진 4차원을 이해할 수 없듯, 주인공 또한 2차원에 살고있어 부피의 개념이 더해진 3차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1차원이 2차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3차원에 살고있는 나는 2차원에 대한 묘사를 100%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것이 나의 지식의 한계이구나, 내가 사는 세상의 굴레이구나를 느끼면서 그 속박에서 벗어난 창의력을 발휘한 작가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 사람들에게 4차원은 매우 신비스러운 존재로 여겨진다. 나 또한 그렇다. 시공간이 더해진다? 시공간을 이해하는 것도 한참이 걸렸는데 우리의 삶에 한 축이 더해진다는 것을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할까?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는 이러한 차원을 '밤송이'에 빗대어 설명했었다. 우리의 차원에 무수한 차원이 더해지면, 동그란 구에 무수한 직선을 꽂아넣는것 처럼 밤송이의 모양을 할 것이라는 거다. 아, 그건 알겠다. 수학적 의미에서 그래프를 상기시키면 그것은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더해진 세상은 어떻게해도 상상해 볼 수가 없다. 시공간이 좌표계에 존재하고 그것을 거리와 높이처럼 하나의 측량, 이동 가능한 수단으로서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처음 몇 장은 짜증이 났었다. 원래 수학을 못했던데다가 공감각적 능력도 떨어져서 두세번 반복해서 읽지 않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책장은 느리게 넘어갔고 속독을 즐기는 나로서는 잠시동안 책을 덮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난 요즘에서야 다시 책을 펼쳤는데 뭔가 쫓기지 않는 편안한 마음 덕분인지, 아니면 중반부서부터는 그렇게 많은 이해를 요구하지 않았던 덕분인지 만화영화를 감상하듯 책에 몰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만을 전부로 인식한다. 그리고 대부분 외부세계는 존재하지 않을거라고 상정한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식의 편협함일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배우게됐다. 삼십대중반이 되어서도 이렇게 모르는것이 많고 배워가는것이 많은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지식적으로 한참 미성숙한 단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자신의 미숙함을 깨닫되, 지식의 한계를 미리부터 긋지는 말자... 나는 또 하나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