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얇지는 않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중국 역사를 쫙 한 번 파노라마식으로 훑어준다. 훑어준다고 해서 수박 겉 핥기 식도 아니다. 중국 고대 역사부터 마오쩌둥 서거(1976년)까지 우리가 흔히 학교에서 배운 중국 역사는 요점 정리해 놓았고, 이 책이 주안점을 둔 1980-2010년 중국사는 해마다 가장 중요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카메라가 줌인 하듯 상세하면서도 살아있는 듯한 이야기들로 담겨있다. 내가 이제까지 여기저기서 주섬주섬 주워담은 중국에 관한 소식들과 이야기들이 이 책 한 권으로 정리가 되는 듯 했다. 저자 카롤린 퓌엘 Caroline Puel은 프랑스 기자로서 중국 현지에서 30년간 중국을 관찰하며 꾸준히 중국에 대해 "객관적이면서도 분석적인 기사를 쓴 공로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언론상도 받은"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한국 사람들이 쓴 중국에 관한 책들은 어딘가 모르게 사적인 민족적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느꼈었는데, 이 책은 보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중국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중국을 대하는 우리 나라 글쓴이들의 관점보다 더 객관적인듯 하였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중국 사람들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다. 중국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도, 그들의 역사를, 문화를 알고 싶은 이유도, 결국은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인데, 저자는 그 점을 놓치지 않는다. 단순히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그 의미를 파헤쳐서, 그 사건들을 통해 중국인들의 의식구조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알 수 있도록 가이드해준다. 물론 근현대 중국의 정치, 경제 전반에 대한 전체적인 뼈대를 세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등소평, 장쩌민, 후진타오 리더들이 차례로 권력을 잡게 되는 과정, 공산주의국가 중국이 자본주의를 수용하는 역사, 문화혁명 이후 중국 인민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알고 싶은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