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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지 지음 <고등어를 금하노라> - 푸른숲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삶의 방식 또한 독특하다. 작가는 이미 독일인의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돌연 한국인처럼 말한다. 뿌리는 쉽게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독일인이고, 내적인 모습에는 한국인의 강한 피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무지개빛 색깔이 독일에서는 ’빨주노초파남보’를 왜 알아야 하는지 의문인 인 것처럼..... 세상에 그런 일이 한 둘일까? 그런 차이를 좁히는 일이 아이와 내게도 일어나고 있다. 딸 아이와 관계를 좁히는 일, 시댁과의 관계를 좁히는 일, 남편과의 관계를 좁히는 일 내게는 숙제같은 일이다.

처음엔 괴팍한 아줌마의 생활방식이라 생각하면서 가볍게 읽었다. 환경문제에 대해선 작가의 생각에 많이 동감한다. 환경은 후손에게 빌려쓰는 것이므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깨끗하게 써야할 의무가 있다. 계산을 싫어하고 숫자를 골치아파하는 날 위하여 친절하게 고등어가 식탁에 오르기 위해 드는 비용을 적어 준 것도 고맙다. 독일 연안에서 잡은 새우가 지구를 빙 돌아 인건비가 싼 아프리카에서 껍질을 까서 다시 독일로 돌아오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런데도 독일산 제철 과일보다 싼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들에 변태가 따로 없다는 생각. 값 싸고 질 좋은 물건에 휘둘려 소비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작가처럼 인간의 품위까지 논할 만큼 투철하지는 않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농사꾼들이 싸게 직판매한다며 트럭에 끌고 와서 맛있는 과일을 조금 작고 흠이 있다고 해서 싸게 사먹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죄송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길에서 추운 날 나물을 손질하여 파는 할머니들. 구부린 허리가 더 휘어진 추위에 시퍼렇게 푸른 손과 거친 손마디를 보면서 조금 더 달라, 깍아 달라 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난 할머니들에게 늘 적게 달라 말한다. 그런데도 할머니들은 많이 주신다.

남편과 백팩을 메고 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작가의 모습이 등장할 때마다 부럽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아니 나의 삶에 낯선 장면들이다. 작가는 아이에게 공부보다는 놀이를 가르쳤다. 주변에서는 내가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시킨다고 생각하지만 난 공부로 아이에게 열정을 불태운 적이 없다. 난 많은 시간을 아이와 놀아주려고 정말 애를 쓴다. 놀이의 질을 높혀주기 위해 때론 내가 동참하고 방법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그런 일에 있어서는 열정적이다. 아이가 조금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6살, 3살 시기에는 그럴 수 있다고 잘 노는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다른 엄마들이 유치원부터 들썩이는 교육열을 듣고 있자면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아 끼어 들 수가 없다. 그런데 왜 나보고 교육에 열을 올린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놀아주는 것이 다라고 말하면 엄마들은 그런다. 자기는 놀 재주가 없어서 그렇다고. 그런데 말이다. 나는 아이와 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자료를 찾고, 그림책을 먼저 읽고, 글을 쓰고(생각정리), 만들기를 한다. 정말 힘이 들어 이거 내가 왜 하고 있나 그냥 공교육에 맡기고 싶은 맘도 굴뚝같지만...... 내가 공교육보다 잘 하는 것은 사랑이고, 정성이고, 그리고 그것이 아이의 소신과 생각의 전환점을 가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획일하는 잘하지만 창의성을 키우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가끔은 교육에 앞서고 있는 엄마들을 보며 흔들리지만....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상..... 나의 소신을 믿고 나간다. 놀이실력이 곧 인생 실력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에 다시 한번 기운을 내본다. 우리 아이는 아직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른다.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다. 최대한 늦게 접하게 하고 싶은 것이 컴퓨터다. 먼저 사람과 소통하기 바라고 책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선 십대 중반 청소년들이 이성친구를 사귀면 성교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는데 우리 아이가 십대 중반이 되는 10년 후 한국은 과연 어떨까? 콘돔 불편한 이야기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하는 것일까? 나도 망설여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나도 작가처럼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실수로 임신했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우리는 흔히 침략국 일본에 대한 태도를 독일과 비교한다. 그렇게 빚을 갚고도 부족하다는 독일인들. 그러나 그 이면에 또 다른 모습을 작가에게 들었다. 그러나 지식인은 냇가의 조약돌 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물살이 세면 떠내려가는 조약돌 그러나 어느 지점에 그들은 모여 결국 물살을 바꾸고 마는 것이다. 처음 독일인이 2차세계대전의 책임을 회피하던 때에도 지식인들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준비했다. 그냥 물살에 이끌려 사는 주류들이 외국인들을 먹여살라네 어쩌네 비방하고 미워하고 전쟁에 대한 빚을 후대가 갚는 것이 불만이다 뭐라해도 그만큼 바뀌기 까지도 오랜 시간동안 조약돌같은 지식인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도 한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애국을 하는 작가가 참 용감하고 지식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할까? 나는 주류일 뿐이지만 조약돌에 물살을 바꾼 난도 어디론가 갈 방향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공부만 하는 꽁생원 같은 아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무척 진지한 청년이다. 애교는 부족한 것 같지만 너무 참해서 우리 딸 신랑감으로 삼고 싶은 욕심이 드는 청년이지만 나이 차이가 너무 많다^^ 딸아이도 자유분방하고 파티를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아이지만 무척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누릴 자유만 주장하고 있었다면 그저 그런 아이였겠지만 부모의 노력.... 그러니깐 돈은 쓸 만큼만 벌고, 돈 때문에 아이들과 놀 시간을 뒤로 하지 않고, 아이들의 올바른 가치관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부모 밑에서 자녀들은 올바르게 자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부모의 시간일 것이다. 10년 20년 후쯤 나도 그것을 자랑삼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