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차라리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단 한조각도, 한 순간도 해본적 없는 나로서는 주인공의 초반 상태와 심리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저렇게 생각하고, 왜 저렇게 살고 있지라는 반문이 계속 들었다. 20대에 결혼을 쉽게 생각하고 정규직을 그만둔 것도 이해가 안되었고, 취미도 없는 것도 이해가 안되었다. 결혼을 생각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작가가 엄청 옛날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닌가? 그리고 취미는 돈이 문제라면 달리기나 독서라는 취미를 가지면 되는데 그것조차 안하다니. 20대에 정규직을 갖지 못한 것을 이유로 들기에는 나도 20대에 고정적인 일자리는 없었고 연애는 실패했었다. 너무 힘들었던 내가 했던 제일 우울한 상상은 다리를 다쳐서 붕대를 감고 다리 한쪽을 공중에 올려둔 채로 입원하는 것이었다. 이 수준이 내가 생각한 최악이었다.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없는 시작. 하지만 죽기를 미루고 나서 주인공이 보인 행보는 멋있었다. 죽을 각오가 없어서 내가 그렇게 못하나 싶기도 할 만큼 한번은 미친 척하고 해보고 싶은 일이다. 비록 돈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실행에 옮긴 점도 대단하고, 그 영역도 너무나 낯설고 도전적이어서 좋다. 그리고 잠을 거의 안자고 살이 빠질 만큼 스스로를 몰아붙인 삶도 멋지다. 물론 본인은 피곤에 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으니 피곤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삶을 살아본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이제는 멋지다고 생각만 할 뿐 할 엄두도 나지 않으니 주인공이 더 멋져보였다. 

호스티스가 너무 멋지고 낭만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진짜일까 싶지만, 외양적으로 완전 다른 나로 꾸미고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직업군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일은 해보고 싶다. 또 누드모델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정말 생각도 못한 이런 일에 무모하게 도전해보는 것도 너무 멋있다. 전에 30살이 되기 전에 할일이라고 마라톤과 번지를 계획했던 것이 너무 작게 느껴질 만큼 멋진 도전이다.  라스베거스의 호텔에서 멋진 남자의 대시를 미루고 자신의 계획대로 한판을 하러 가는 것도 대단했다. 낭비가 아니게 멋있게 5일의 휴가를 보내는 것도, 라스베가스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게임을 하는 것도, 블랙잭을 공부하고 간다는 것도 나도 한번쯤 해보고 싶다.

결말은 30대에는 대기업 정사원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다는 내용이라 평범했다. 책장을 덮을 때는 겨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독후감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겨우가 아니라 이제야말로 무리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최상의 결말인 것 같다. 20대에 놓쳤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1년을 몇 년으로 압축해서 산 것이고, 30에 평범한 삶의 궤도에 올랐으니 모두의 삶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25살의 내가 떠오른다. 연애한다고 하루하루만을 재미있게 놀다가 연애는 끝나고, 취업은 하지 않았던 나. 우울해서 알바조차 미루고 우울에 잠기던 나. 그러다 26세에 지난 3년을 다시 채우고 남들과 속도를 맞추겠다고 미친 듯이 살던 내가 떠올랐다. 주인공과 동기는 달랐지만 비슷했구나.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알바를 하고, 오후에 수업을 듣고, 저녁에 운동을 하고, 밤에 또 알바를 하던 나. 시간에 치여 알바 중에 졸고, 과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던 기억. 그렇게 1년을 살다 12월 30일에 비행기를 잡아타고 유럽으로 갔던 기억이 이제야 겹쳐온다. 하지만 이 유럽행은 나에게 단순한 휴식만이 되었지 주인공에게처럼 목표나 삶의 전환점은 아니었다. 27살에도 똑같은 삶이 이어졌으니까. 너무 힘들어서 28살에는 다시 늘어졌었지. 이렇게 보니 책 속 주인공은 정말 특별한 삶을 산 것이네.

읽을 때에는 책의 내용에만 집중해서 보아서 왜 이러니, 공감 안돼, 멋있다, 너무하다 정도의 생각만 있었는데, 1주일 지나 책의 내용이 선명하지 않은 지금은 나를 생각하며 내용을 떠올릴 수 있어서 오히려 더 공감이 간다. '25세의 생일, 지난 3년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정도의 후기가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