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심야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좋아했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이야기였으므로. 

익히 아시다시피 <심야식당>속에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 다 돌아가면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혹은 사연이 깃든 음식이 그 회의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그래서 특별하다. 사연이 깃든 그 음식은 왠지 모르게 더욱 정이 가고,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그런 심야식당의 숨은 이야기랄까? 이 책은 그런 의도로 호리이 켄이치로 씨가 잡지에 칼럼을 내듯 그렇게 썼다. 기발한 발상의 프리라이터라는 특징답게 그의 글은 맛깔스럽고도, 조금은 소란스럽다. 그런데 그게 그 글의 맛이다. 조금 장황할지라도...

 

식당에서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즐긴다. 그때 하는 대화란 주로 일상적 혹은 감성적 대화이다. 논리적이라든지 비판적인것을 즐겨하지는 않기 마련이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된다. 수다 많은 아저씨의 잡담정도로 담백하게.

 

<심야식당 부엌이야기> 에서는 드라마에서 다뤘던 음식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사연을 가진 사람과 그 음식이 사랑받았던 배경, 시작된 시기, 당시 일본의 정황, 정치 등등 다양한 각도에서 그 음식에 대해 다룬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음식으로 이렇게 많은 것이 파생되다니" 하고 흥미로움을 느꼈다. 일본에 대해 사전 지식이 조금 있는 분이라면 더욱 흥미롭겠고, 사진 지식이 없는 편이라도 '아, 일본음식문화는 이렇구나'하고 담백하게 읽어도 좋은 책 같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심야식당이라는 제목답게 안주 다운 음식이 많지만) 음식들에 대해 좋은 정보도 알 수 있어서 좋다. 다름 아닌 여러가지 레시피들인데, 실제로 책 읽다가 나는 "가츠돈"을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아뿔싸. 멘츠유가 없다보니 내가 만들어서 했는데 그게 너무 달았다. 결국 느끼해서 다 못먹고 말았다. 흐흐.

 

한마디로 이 책은 내 스타일이다. 정형화되지 않아서 자유롭게 읽기 좋고, 어렵지 않아서 오히려 생각하기 좋다. 또한 이리저리 횡설수설 하는 투가 마치 내가 내 글을 보는 느낌이다. 아마도 낯설지 않아서 좋았으리라. 결과적으로 <심야식당>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진 분에게 좋은 책이다. 간혹,  드라마가 잔잔하고 은은했던 거에 비해 이 책, 지나치게 수다스럽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은 식당에서 횡설수설하고 논리도, 요점도 없는 수다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같다. 현대인은 너무 외롭다. 그래서 <심야식당>이 아침에 문을 닫는 방식인 것이다. 마스터가 우리의 외로운 밤을 지켜줄 것이므로,

 

(아! 참고로 마지막 장즈음에 아베 야로씨가 그린 만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심야식당>의 장면 하나를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