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심야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신 적이 있는지?

<심야식당>에는 특출난 스타도 없고, 걸출한 이야기도 없지만... 어쩐지 정감이 가는 따스한 드라마이다. 12시에, 그것도 밤 12시에 문을 여는 특이한 방식이라서 전혀 손님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 시간에 따뜻한 밥상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 시간에 식당으로 불러냈으며, 거기에서 왜 자신의 이야기를 무뚝뚝한 야쿠자 출신 주방장에게 털어놓게 했을까? 아마도 "적당히 무관심한 타인과 정(精)이 티안나게 담긴 맛있는 밥상"때문이 아니었을까?

 

<심야식당>을 즐겨 보신 분이라면 아마도 이이지마 나미 라는 이름을 들어봤음직도 하다. 사실 일본어 공부를 위해 흥미위주로 보던 나는 그 드라마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누구였는지까지는 기억해내지 못했다. 뒤늦게 이 책 <이이지마 나미의 따뜻한 식탁>을 접하고 나서야 '역시~ 디테일의 힘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푸근한 아줌마 인상의 이이지마 나미씨. 그녀는 "맛있어보이는 음식은 실제로 그 맛 또한 뛰어나야 한다"라는 신념하에 보기에 좋은 푸드 스타일링부터 진짜로 맛있는 맛내기 까지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왕이면 다홍치마"격에, "엄마가 해준 밥상" 같은 느낌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일본처럼 생선을 즐겨 밥상에 올리는 민족은 드물 것 같다. 사방이 바다인 특징으로 인해 어디를 가도 바다와 가까우니 그도 그럴 수 밖에.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아.. 내가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사람이었다면? 난 왕편식쟁이에 어딜가도 어른 대접 못받는 천덕꾸러기 같았겠구나"하고 생각해보기도 하며 피식 웃어본다. 그만큼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생선은 빠져서는 안될 부식이다. 또한 일찌기 서구화된 문명 덕에 서구화된 음식이나 영양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그런 일본사람에게 있어서도 "아침"은 우리와 같은 의미일까? 책의 첫장은 그런 물음을 가지고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비로소 그 궁금증은 해결됐다. "일본사람들도 아침의 의미를 부여한다"라고... 어찌보면 가까운 나라인만큼 새삼스러운게 아닐진대도 괜시리 반가운 마음도 든다.

 

자. 그럼 일본은 어떤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까? 책에서는 이이지마 나미씨의 소박하고도 정갈한 식단이 여럿 공개되고 있다. 이곳에 식단 전부를 표현할 순 없지만 대개 우리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된장국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생선구이 또한 다양하게 등장했다. 그리고 최대한 간결하게 양념을 한 채소절임 혹은 무침등이 등장하는데, 웰빙 시대인 것을 감안하면 영양면에서도 무척 훌륭한 식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었을 때는 "이 책으로 누군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하는 이이지마 나미씨의 마음과 묘하게 동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밥"에는 대접하는 사람이나 대접 받는 사람이나 그 마음이 녹아있다. 동시에 식탁 위는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대화의 장(場)이기도 하다. 따뜻한 가정식 이야기는 그래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늘 따스하고 그래서 늘 고맙고, 사랑스럽다.

 

"저는 아침밥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를 포함한 제 주변 사람들은 점심에도 저녁에도 "아침식사 같은 메뉴가 좋은데"라고 말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갓 지은 밥에 야채가 들어간 된장국, 겉을 살짝 구운 대구 알, 낫토, 날계란, 무를 갈아 매콤하게 간을 한 것, 혹은 겉은 살짝 타도 속은 촉촉한 토스트에 버터를 녹이고 아삭하게 씹히는 야채를 곁들입니다. 여기에 짙게 탄 커피까지... 생각만해도 뿌듯해집니다. 미국 영화 대사에 "밥 다 됐어! 아침 밥 같은 저녁 좋아하지?" 라고 엄마가 아들을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침 식사를 좋아하는 것은 만국 공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 장면이었죠."                                             - 마무리 하는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