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아주 오래전에 봤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올랐다. 아이에게 보여지는 세상의 아름다움은 현실의 끔찍함이 감춰진 거짓의 세상이지만, 그 거짓의 세상이라는 것 역시 하나의 세상임을 알려주고 있는데 오히려 그러한 역설이 어른들에게는 더욱더 강하게 세상에 대한 인식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햇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만 우리가 꿈꾸는 세상, 우리의 미래의 희망의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강한 소명의식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역설로 이야기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아빠없이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집세를 내지 못해 야반도주하듯 가방을 꾸려 이집저집 전전하면서 살아야 하는 올리비아의 삶은 아름답다,라고 할수는 없는 그런 삶이다. 아니 오히려 한부모가정에 홈리스에 가진돈도 별로 없는 막막하기 그지없는 가련한 인생이지 않은가.

두근두근 백화점은 또다시 집없이 쫓겨난 올리비아 가족이 여행가방을 꾸리고 백화점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올리비아의 엄마는 백화점으로 커다란 침대를 사러 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엄마의 엉뚱한 핑계일 뿐 실상은 주말동안 문이 닫힌 백화점 안에서 지내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 앤젤린은 커다란 백화점을 놀이터 삼아 돌아다니며 즐긴다. 비록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만 골라 먹어야 하고 진열용으로 전시된 물건만 사용 가능하고 경비원이 돌아다니는 시간에 마음 졸이며 숨어 있어야 하지만 평소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온갖 장난감과 게임기, 인형들... 어린 앤젤린은 물론이고 철없는 엄마 대신 어른처럼 걱정과 가족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올리비아마저 백화점에서의 생활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하다. 백화점이 문 닫을 시간에 걸리지 않게 잘 숨어있고, 아침에 백화점이 다시 문을 여는 시간에도 점검하는 직원들의 눈만 피해 잘 숨어 있으면 별 문제 없다. 백화점의 캠핑용품 매장에 전시된 텐트에서 잠을 자며 캠핑을 하고 있는 기분도 느끼면서 그렇게 백화점에서의 일상이 문제없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조용해야 할 한밤중의 백화점이 소란스러워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드릴 소리... 백화점에 도둑이 든 것이다. 올리비아는 어떻게 해야할까? 경찰에 신고하면 올리비아네 세 식구는 백화점에서 몰래 지냈다는 것이 들통나버리고 그렇게 되면 엄마와 헤어져 올리비아와 앤젤린은 보호시설로 보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도둑을 모른척 한다면 올리비아 가족이 도둑으로 몰릴수도 있고....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이 책이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는 첫장을 펼치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늘 정직함을 강조하며 올곧게 살아가는 올리비아 가족이지만 정말 절박한 상황에서 그 올곧음을 지키기란 쉬운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뿐아니라 올리비아는 그런 절박함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온갖 풍요로움을 다 누리면서도 나누지 않는 이들에 대한 불의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의 현실과 상황이 착한 사람을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엄마는 진짜 정직한 사람이에요. 우리한테도 늘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해요. 엄마는 단 한 번도 남의 물건을 훔친 적이 없어요. 정말 너무 절박한 상황이거나 굶어 죽고 얼어 죽게 생겼다면 또 모르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조금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까요?
오히려 장롱 가득 담요를 쌓아두기만 하는 사람들이 더 이해가 안 가요. 추위에 꽁꽁 떠는 사람들이 얼마나 맣은데요. 하지만 엄마는 정말 정직한 사람이에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말뿐이에요. 만약 엄마가 나쁜 짓을 한다면, 그렇다고 정말 나쁜 짓을 한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아마 우리 때문에 아주 절박한 상황일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분명해요. 엄마는 자기만 생각해서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16)

이야기 자체가 품고 있는 흥미로움과 흥미진진한 한밤중의 백화점 생활이라는 모험이 담겨있는 신나는 상상력이 즐거운 책읽기를 선물해주고 있으며 또한 홈리스 모녀가정의 세상살이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통해 이 세상의 현실, 불평등한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알렉스 쉬어러 자신이 청소년 모험소설의 왕이라는 호칭을 싫어한다는 말처럼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런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 책에서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가족이 함께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와 올리비아, 앤젤린을 통해 가족애의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