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라는 책을 처음 접했다. 평소에 수필 문학에 대해 가장 자유도가 높은 문학 장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포토 에세이는 수필에 기반하여, 문학과 함께 예술의 쌍벽을 이루는 포토의 요소가 가미된 장르라는 점에서 내게 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현직 연예인 신분인 작가가 썼다는 점은 독서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무슨 내용이 실려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 작가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작가의 관념과 일상, 일과에 대한 기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일상과 일과에 대한 기록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책의 내용에서 전반적으로 두드러진 부분은 생활 속에서 별 의미없이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포착하는 작가의 세심함과 그것을 사진과 글로써 표현해내는 표현력이었다.

 

  작가는 오락실의 오락기로부터도 추억을 생각해내어 그것을 주제로 표현했고, 음식점의 맛난 음식을 보고 든 사소한 감정까지도 자신의 관점에서 표현해냈는데 작은 것에도 추억과 인연, 행복감 등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 작가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표현 수단인 사진은 의도를 갖고 찍었을 것이나 자연스러운 느낌이 묻어났고 글에는 의성어의 사용 등으로 각종 심상이 다양하게 반영되어 감성적인 느낌이 많이 느껴졌다. 수필이라는 장르에 맞게 글과 사진이 모두 자유분방함이 느껴지고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있는 내용들이라 큰 부담감은 없었다.

 

 그리고 이들 표현 수단인 사진과 글이 서로 다른 배경에 근거하지 않고 서로 같은, 하나의 배경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사진과 글의 배경을 달리 할수도 있었을텐데 작가는 같은 배경을 통해 사진과 글의 일체감을 높이면서도 말하려고 한 것을 충분히 잘 표현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내용 구성 방식에 있어서 통괄 주제를 앞에 배치하고 뒤이어 본문들을 배치한 구성 방식이 괜찮았던 것 같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도 같은 '인연' 에 대한 작가의 관념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글들이 구성에 있어서 책의 체계성과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일상에 대해 기록한 다수의 본문 내용과는 달리 가볍지 않고 좀 난해한 느낌도 들어 이해하는 데 다소간의 부담이 따라야 했다.

 

 어느 연예인의 일상 생활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은 독서를 하면서 간혹 느낄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이라 즐거웠다. 뭔가 특별한 삶을 살 줄 알았던 그들의 일상도 일반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그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 않았나 싶다. 가끔은 우리도 작가처럼 일상에 특별한 의미를 갖고 주관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내게 있어서 이 책은 은연중에, 의식하지 못한 일상 속의 순간들을 돌아볼 여유를 제공해주는 쉼터와도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