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 흩어진 한민족의 갈래는 여러 부류가 있다. 이 책의 핵심인 고려인들도 그 중 하나이다. 오늘의 우리에게 고려인이라는 존재는 같은 민족이기 전에 다소 생소하고 멀게 느껴지는 존재다. 이 책은 그런 '고려인' 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쓴 책인 만큼 정보와 지식이 아주 방대하고 취재한 내용처럼 실제 고려인 주민들과의 대화 내용도 수록되어 있어 고려인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무방한 책이다.

 

 책은 시대의 흐름 순으로 큰 주제가 이어지다가 후반부에서 주제에 따라 내용이 구성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고려인의 태동 배경과 근대 대한제국 시대의 역사, 일제 강점기 이후의 역사, 항일 투쟁, 연해주에서의 경제 활동 등에 대한 부분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연도와 인명, 지명에 대한 부분이 매우 구체적인 것은 좋은 것이나 자잘한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쓴 것은 독자가 읽기에 힘든 면이 없지않아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일방적인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그 글이 정확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던 점은 상당히 아쉬웠다. 서술 내용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사료적 근거나 여타의 자료들을 첨부하였다면 구체적임과 동시에 정확한 서술로 독자들의 내용 수용이 수월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한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흠이였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1930년대의 강제 이주와 스탈린 체제 하 생활상, 종전 후의 재기 등이 소개되고 후반부에서는 스탈린 사후, 소련 붕괴 이후의 고려인들의 생활상이 그려지며 동시에 고려인들의 문화에 대한 세심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이 부분에서는 지도나 문헌의 기록, 도표 등 근거 자료들의 활용이 전반부보다 활성화되어 내용을 수용하기에 편했다.

 

 내용 자체는 고려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탓인지 모르는 내용들을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전반부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고려인들의 형성 과정에 대해 서술한 부분의 경우는 연해주에서 독립 운동을 한 독립 운동가들을 모두 고려인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 같아 좀 억지스러운 감이 있었다. 또한 책 자체가 고려인에 대해 포용적인 입장에서 쓰여졌기 때문인지, 역사적으로 대략 90년대 이후부터 우리와 본격적인 교류가 있었던 고려인들의 역사적 조국을 우리나라로 설정해보려는 노력들이 많이 느껴졌다. 책 후반부에서 고려인들의 문화와 우리민족의 문화를 비교하면서 타 민족의 문화와 융합된 제 3의 민족으로서 고려인을 인정해야 한다는 식의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동시에 후반부의 마지막에서 고려인을 우리민족에 동화시키는 데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식의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어, 다분히 고려인을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고 우리나라, 우리민족과 일체화시키려는 지나친 시도들이 보였다.

 

 통합의 시대에 당면하여 진정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고려인 문제는 오늘의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역사적 과제이자 당면할 문제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가치가 높은 책이다. 모든 책이 그러할테지만 이 책은 진정 한번 읽고 마는 일회용 책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틈틈히 꺼내읽으며 고려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백과사전이다. 이 책이 현대 우리 한국인들에게 또 다른 우리의 가족인 고려인들과의 사이를 좀 더 가깝게 연결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