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 칼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명장이자 황제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한 말이다. 칼 한 자루보다 펜이 더 무섭다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은 가까운 우리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으니 바로 조선 왕조 당쟁의 역사다. 이 책 '조선 괴서 - 조작의 역사' 는 그런 조선 왕조 당쟁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상대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서 '글(書)' 이 어떤 역할을 하였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준다.

 

 건국 이래 빈번한 당쟁을 겪은 조선 왕조의 당쟁사는 한 두 가지가 아닌데다 그 내막도 복잡하여 배우고 이해하고자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선 조선 왕조의 여러 당쟁 사건들이 한 데 정리되어 있어 조선 당쟁사를 공부하려는 독자들에게 매우 유익하다. 단순히 공신과 사림간의 다툼, 사림과 사림의 다툼이라는 큰 틀에 대한 내용을 넘어 대윤과 소윤, 산당과 한당에 대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당쟁사의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쟁 사건의 원인을 시작으로 결과로까지 이어지는 자세한 줄거리는 단순 암기 형식으로 지나갈 수 있는 당쟁사 부분을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본문의 곳곳에는 조선 왕조의 대표적 정사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 의 기록을 중심으로, 각종 사료들에서 발췌한 구절들이 인용되어 저자의 글에 논리와 정당성을 더한다. 이는 독자들이 신빙성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을 거부감없이 수용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당쟁사에 대한 자세한 개괄이 이루어졌다는 점과 더불어 당쟁사 속에서 '글'의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조선 왕조의 모든 당쟁 사건들은 글과 연관이 되어 있다. 당파적 이익에 입각한 관료들이 상대당을 공격하거나 축출하는 수단으로서 항상 글이 활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속에서 글이란 당쟁 해결의 긍정적 의미가 아닌 당쟁의 매개물이자 당쟁으로부터 비롯된 비극적 사건의 발단 원인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통한다.

 

 백성들은 돌보지 않고 민생과 동떨어진 당파 싸움에만 몰두하여 상대 당을 몰아내기 위해 조작도 서슴지 않았던 당대 조선 지배층의 모습은 부패한 정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책의 마지막 내용에서 노론과 왕실 외척에 의한 세도정치가 왕조의 마지막까지 이어졌다는 부분은 이 책의 최고 정점이다.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소모적인 당파 싸움의 최종 결과는 결국 외세에 의한 왕조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책은 이러한 구성을 통해 공익을 위해 힘쓰지 않고 사익을 위해선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 부패 권력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 독자들에게 묻고 일깨워주고 있다.

 

 오늘날 정당제에 기초한 정치 사회 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의 이야기는 전혀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민생과 동떨어진 권력 다툼으로 나라를 망국의 길로 이끌었던 과거의 우를 다시금 범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