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이재찬
2013.11.21

 

2000년대 이후로 씌어진 국내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뭐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대답하는 책이 있다. 이만교 <결혼은 미친짓이다>다. 이 소설을 너무 좋아해서 10번은 읽은 것 같다.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들고 가기도 했다. 이 후에 작가가 쓴 단편집 <나쁜여자 착한남자>를 사서 읽기도 했다. 소설이 영화화 된 후에(영화도 물론 좋있지만) 주변 지인들에게는 꼭 책을 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는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오늘 내가 소개하는 소설 <펀치>는 2013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상하게도 두 작품이 오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있다. <결혼..>은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개성과 관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한다면 <펀치>는 성장통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계급과 갈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알고 보면 참 진중한 이야기지만 문체가 쉽고 간결해 쉬이 읽힌다.

 

<펀치>의 저자인 이재찬은 2000년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버스, 정류장>이 당선되었고 김민정, 김태우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은 별로였지만 평단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13년 후, 그가 세상에 들고 나온 작품이 <펀치>다. <펀치>는 외모도 별로, 성적도 별로, 성격까지 별로인 방인영이라는 고3 여학생이 변호사인 아빠와 엄마의 존속살해를 계획해 실행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어느 뉴스에서나 나올만한 막장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변호사인 아빠는 경제적인 지원과 더불어 방인영에게 1등급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인물이다. 재벌과 국회의원을 의뢰인으로 두며 그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변호를 하는 사람, 돌싱인 유치원 원장과 결혼하겠다는 남동생에게는 대가리에 총 맞았냐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먹칠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 사람, 방인영을 죽 쑨 자식 농사라고 표현하는 사람. 방인영의 엄마는 그보다 더 그녀를 억압한다. 학원에 갔는지, 학원에 가는 길에 무얼 먹었는지 시시콜콜 그녀를 1등급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와 더불어 아빠와 엄마가 다니는 구원교회에서 종교의 이중성, 우리가 아는 진짜 학교의 이면 등 19살이 그녀가 보는 사회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계급화 되어져 있다. <펀치>는 그런 사회에 한 방을 가하는 작품이다. 그녀가 내뱉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공감이 가버려서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벌써부터 이재찬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교정하려 드는 사회에 대한 강력한 펀치. 통쾌하다!

'불신 지옥'이 아니라 '맹신 타락'이다. 

 

영화 <사이비>에서 언급했던 문장이다. 교회 신자였던 교회 근처의 김밥 사장이 다른 종교로 귀의하자 그를 사탄으로 여기고 신도들에게 김밥집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결국 그를 몰아냈다는 이야기. 방인영은 이렇게 얘기했다. 믿지 않은자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미친것처럼 믿는 것이 타락하는 것이라고.

 

"동정심의 근본은 우월감이다"

 

방인영에게 무얼 하고 싶냐고 물은 과외선생에게 낙타를 타고 싶다고 하자 비웃는 과외 선생. 그들에게 하고 싶은 것과 꿈이란 오로지 "성공"일 뿐이다. 그들에게 낙타를 타고 싶다고 하는 인영은 동정의 대상인 것이다,

 
"엄마는 불량품을 구입한 것처럼 나를 수선하려고 애쓴다."
 

방인영을 1등급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엄마. 외고에 보내려 하고 그것에 실패하자 이제는 in서울 대학에 보내려고 부단히도 애를 쓴다.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외고에 가지 못하고,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인영은 불량품이 아니다.

 

"분명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편을 가르고 등급을 매기고 안달복달한다."

인영을 그대로 놔두었으면 어땠을까. 좋아하는 기타를 배우게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게 하고.. 그랬다면 이런 불행은 없었을 것이다. 분명 더 행복해질 수 있었다.

 

"예수님이 아닌 일개 종은 애당초 그런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게, 소감이야" 

 

일이 실행된 후, 낙타가 나오는 인영이 꿈에는 엄마가 등장한다. 엄마는 말한다. 널 낳은 이유는 한 사람을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게 뭔지 경험하기 위한 도전이었다고. 경험한 소감이 어떤지 묻는 인영에게 엄마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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