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               
이상현 지음│효형출판 刊

 

건축은 3대 조형미술이며 동시에 도시를 이루는 기본적 공간 조성이다, 건축은 기본적
으로 주어진 공간을 조작하는 행위이고 인간을 담아내야하는는 구조물이란다.  지극히
간결하면서도 맞아 떨어지는 정의이므로 더 나아간 디테일을 알고져 책을 펼쳐 든다.
대구법으로된 제목을 쓴 것이 인상적이다, 건축에 있어 비대칭이 창궐하다시피 하는 풍
조에 불구하고 길들이는 건축에, 건축에 의해 길들여진 것을 모색하는 작업은 의미깊다.

 

현재 베를린필하모닉 콘서트 홀은 권위와 전체주의를 부정하는 새롭게 지어진 건축물
로서 저자는 건축의 새로운 역활 모델로 제시한다.  건축물에 의해 길들여지는 인간의
함수 관계를 건축학적 측면에서 다룬 국내학자의 디테일을 살펴보는 기회를 접해 흐믓
하게 읽어 간다. 책을 본 후 추상적으로 보기 좋은 것만 따지던 건축 디자인에 대한 밀
도가 엷어졌고 좀 더 회화적 조각적 조형적 측면의 건축관이 탄탄해졌음은 물론이다.

 

그 유명한 르 코르뷔지예라든가 안도 다다오도 과연 길들여지는 건축술을 구사했던 것
일까. 보기에 좋은 오브제만 설계했던 것인가. 훈데르트바서나 가우디처럼 인간의 마음
을 길들이는 건축가는 어디 또 없나. 만약에 앞에 거론한 4 명이 저자의 길들이(들여지)
는 건축과 인간을 읽었드래면 더 훌륭하고 역사에 남을 건축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아니지, 그들이 우리네 양반집과 궁궐과 도성을 봤드래면 더 좋았을 것이다. 비약이 심
했지만.   

 

도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고,  그 도시에 서식하는 인간을 더 풍요롭게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38p에 쪽문이 달리지 않은 대문은 협소한 쪽문으로 쭈구리고
드나들던 인간을 건축으로 길들여가는 명징한 사례다. 건축은 인문 및 예술이라는 것도.
고로, 인문적 성숙도를 함양하고 지적 열락감과 동시에 지적 통증도 느끼며 읽힌다

 

효형출판의 책들은 대체로 짭짤하다. 지나치게 요란한 장정이 없이도 와닿음이 폭넓은
인문학으로 마음의 그립감이 좋은 책이 즐비하다. 공학으로만 따지던 건축서를 예술분
야로 치환하고 독자의 심미안을 길들이고 있다. 이 길들이는, 길들여지는 책을 써낸 저
자 이상현도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서 미국 하바드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따냈고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학구파 저자로 '도시 공간과 인간의 삶' 에 관한 연구
를 지속하고 있다. 그 출판사와 그 작가의 콜래보레이션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