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문지혁 지음│쉼 刊

 

급기야 뉴욕으로 번지고 있다. 여행전문 브랜드를 표방하는 도서출판 '쉼'의 번짐 시리
즈가 뉴욕으로 기수를 돌렸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뉴욕은 세계최대의 도시며 정치, 경
제, 사회, 문화의 제1번지이다.  첨단 패션과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퇴페와 빈부의 격차
가 두드러지는 뉴욕에 대해,  뉴욕에서 교수를 하는 이방인 뉴요커의 작가주의적 감상
적 서사를 읽게 되었다.

 

그려~ 이 책은 비주얼 투성이의 뉴욕 오딧세이에 다름 아니다, 사토리알리스트가 연상
되는 편집에 훈훈해진다. 읽다가 잠시 제쳐 놓을 때 페이지를 접는 습관을 가진 독자가
선뜻 접지를 못하고 연필을 껴 놓는다.  실린 사진과 일러스트들이 한결 뉴욕의 비주얼
이라 혹시나 이미지가 훼손될까봐서 그런다.  마침 고급한 풀 스툴(Fool stool) 을 하나
장만했는 데, 거기에 다리를 걸치고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디자인이 좋은 책도 디자인
스럽게 읽으면 멋진 일이 되거든.

 

뉴욕은 아주 서서히 그라데이션으로 번져도 문화와 예술의 밀도가 탄탄하고 거대한 열
정과 에너지가 분출하는 거대 도시다. 뉴욕에서 학업을 연마하고 근거하는 저자 문지혁
은 그곳 NYU(뉴욕대학교)를 나와서 거기서 내친김에 퍼질러 앉아 교수 생활을 하는 멋
쟁이며 semi-Newyorker. 잠시 둘러보는 잔뜩 감회 어린 스트레인져스가 아니라 첨단범
죄의 온상인(미국영화에서는 대개가 그렇다는)어둑컴컴한 뒷골목도 숨김 없이 묘사한다.
그래서 할 이야기도 더 많을 게다.

 

거개의 대도시가 그렇듯, 뉴욕 메트로는 뉴욕의 다이제스트다. 지저분하고 녹이 슨 객차
안에는 앵글로 색션과 니그로와 일본인 관광객, 홈리스도 혼재한 채 덜컹거리며 내닫는
차창 밖으로 비친 어수룩하지만 눈 째진 동양 남자의 얼굴로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자각
을 한다는.  문화와 예술의 용광로인 뉴욕은 다인종, 다문화, 다언어, 다종교가 세탁기가
돌듯, 마천루와 슬럼가, 뮤지움과 퇴폐, 그 부조화 속 조화가 뉴욕이란다.  그럴 게다.

 

책도 소비할 책이 있고 소장할 책이 있게 마련인 데 이 이야기가 번지는 뉴욕은 후자다.
문자의 수렁인 책보다 비주얼이 더 많은 이 책의 그림과 사진들 사이 사이에 짧게 짧게
내러티브와 철학이 배여있다. 분명 저자가 글 줄 꽤나 읽은 흔적이 고스란히 엿뵌다. 그
립감도 매끄럽고 핸들링도 편하다. 꼭 최고급 사양의 차를 모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휙~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