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이숲 刊

 

그야말로 서양미술의 역사를 일별하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 내게로 왔다, 미술계 서책을
밝히는 독자에게 예술적 세례를 끼얹으며 예술적 포만감도 베풀어 주는 루브르가 엘기
니즘이든, 제국주의의 노략품이든 독자에게는 아무런 거부도 저항도 없다. 오히려 그들
이 잘도 컬렉션해서 리얼타임으로 보여주니 고마울 뿐이다. 무신 책이 이리도 좋은지~!

 

저자, 박제는 이름과 달리 박제화된 예술관은 전혀 없다'다. 그는 '그림 정독' 으로 이미
독자에 대한 충성심과 헤아릶이 증빙되었잖는가.  심층적 전문성이 결핍된 백과사전식
나열에 손사래를 치는 심미안을 가진 독자층이 두텁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어중이 떠중
이 회화평론가의 관전평 따위는 설자리를 잃어가는 형편이다. 저자 박제는,

 

프랑스 파리에서 30년간을 살며 수시로 드나든 루브르에서 쌓은 탐미적 심미안으로 고
른 명화 38점을 소개한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들이 즐비한 오르셰와는 달리 좀 더 고
전적인 15~19세기 유럽 회화의 최고 걸작들이 수두룩한 루브르를 뉘라서 마다할 건가.
서양 미술사조와 화가의 생애까지 섞어서 세부적으로 짚어 준다. 루브르는 서양 미술사
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방대한 입체 아카이브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곳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특급 유레일 패스 같은 책이다. 르네상스 즉 친퀘첸토cinquecento  미
술에 흠뻑 빠져있는 독자에게는 성서 같은 책이 도래했다. 중세 이후~ 로코코 시대에도
예술이란 왕과 성직자 귀족만을 위한 시대였다. 그래서 찬란한 루브르 박물관 순례를 직
접 가봐야 하건만, 현재의 형편으로는 저자의 충실한 소개로 미술적 포만감을 채우며 만
족할 따름이다. Must have trip 그 때를 준비하는 최고의 워밍업이 되는 책이 아닐까.

 

聖, 俗, 肖, 風, 性으로 카테고라이즈해 선정한 명화들을 오디션 보듯 디테일을 따져준다.
저자를 통해 유명한 고전 회화에 대한 지적 타는 목마름을 해갈하면서 예술적인 감상이
너무 여린 탓인지는 몰라도 세반고리관이 어찔하다. 이런 걸 스탕달 신드롬이라 할 걸. 

 

우리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여백미와 심플함의 극치이건대,  17세기 화란의 화가인
살로몬 판 라위스달의 '파르네세 궁'이 보여주는 1: 2 :3 비율도 단순함의 미학도 심지어
구도까지 놀랍게도 닮았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영혼끼리는 무신 교류라도 있는갑다.
하여튼 이 루브르를 책장 전방에 장치해놓고 고졸한 취향과 증대된 예술적 안목을 과시
하려면 수시로 꺼내 봐야겠다.

 

루브르는 세계의 미술관이다,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심지어 우끼요에도 아우르지만
한국 회화도 있는지 몹씨 궁금하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취급이 없으니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