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논제가 아직도 여전히 답을 못찾고 있는데,
이 책을 보고 있자니 그 생각이 먼저 든다.
물건을 만들어놓고 보니.... 요런모양이 된것일까?
아니면, 요런 모양을 미리 생각해서 물건을 그리 만든걸까?

대학다닐때 미대를 다니던 친구들이 카메라 하나들고 참 이상한곳을 찍고 다니는걸 본적이 있다.
나무 밑동을 찍는가 하면, 전봇대를 올려다 보면서도 셔터를 눌렀다.
쟤, 좀 이상한거 아니니? 하면서 생각했었는데....
이 사람이 바로 그렇다.ㅋ

자칭 광고쟁이라고 했나.
'쟁이'라는 말을 붙일수 있다는 것은 이것에 미쳐있다고도 할수 있겠다.
미쳐있다는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어떠한것에 몰입할수 있다는것은 행운일수도 있다.
더군다나,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또 그속에서 참으로 재미있는 흥미를 찾아낸다면,
그 사람은 대단한 축복속에 있다고도 보여진다.

짧은 광고시간, 혹은 한정된 광고용지에 모든것을 담아내려고 하는것은
사람의 눈을 자극하고 마음을 흔들어놔야만 한다.
아주 특별한 것으로, 그리고 아주 요상한것으로...
그런데, 그것이 바로 우리의 곁에, 그것도 우리눈에 잘 띄는 물건이라는것에 우리는 놀라워한다.

재털이를 뒤집어놓고 보니 신것을 먹은것 마냥 눈을 세로로 하고, 혀를 내밀고 있다.
한번도 자세히 보지 않았던 오발의자 뒤편에는 스마일 웃음을 웃는 얼굴이 있고,
지하철 유리창 문고리에 익룡이 살고 있었다.

자세히 보고 있으니 문고리가 익룡처럼 보이고,
재털이를 어쩌다 우연히 뒤집어져서 신것을 먹은 얼굴이 되었을텐데,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익룡이 어쩌다 문고리가 되었을꼬, 얼굴이 어쩌다 재털이 밑에 깔렸는지...
어떤게 먼저이고, 나중인지 헷갈려버린다.

오늘 회사 화장실에 앉아(ㅋ) 문을 지탱하느라 달려있는 기역자 모양의 접철을 보면서
고정하느라 박아놓은 두개의 못을 박아놓은게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3개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달려있는데, 분명 똑같은것일텐데...
가장 아래것은 시무룩하게 뭔가 고민하고 있는듯하고,
중간것은 내 눈높이에서 '너 뭐하냐' 이러고 있는듯하고,
제일 위의것은 심통이 난 얼굴모양을 하고 '빨랑 나가지' 하고 있다.
하마트면... '싫다. 안나갈란다.' 혼자말을 할뻔했다. 그리곤 웃어버렸다..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것.
어쩌면 이순간 내 주위의 모든것이 다 나를 보면서 말을 걸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우리집 두 꼬마녀석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기발한 얘기도 많이 나온다.
이건 웃는모습이고, 이건 윙크하는 눈이네.... 요건 로봇트 새가 되어버렸어요.....ㅋㅋ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것은.... 이 모든게(거의 대부분이..) 사람의 얼굴이라는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이또한 우리의 무의식속에서 이것을 사람으로 보아야지 하였을 수도 있을것 같다.
구멍 세개만 있으면 두눈과 입이 되고, 어쩌다 제자리에 코가 있으면 제대로된 얼굴이 된다.
이렇게 두고본다면.... 우리 의식속에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생각.
내 주위 모든것에 생명을 넣고 싶은 생각이 자리잡고 있나 보다.

책속에는 이렇게 물건들을 찍어놓고,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하는것이 있는가하면,
그야말로 사진. 그러니까 이쁜 꽃을, 하늘을, 벤치를, 가방을 찍어놓고
그냥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도 한다.

일상의 물건들 속에서 그 물건이 하는 말을 들으려는 시도,
그리고, 그것들에게 말을 걸어보려는 의식적인 글쓰기는 즐거움이다.
나 혼자 책에 펜으로 뭔가를 적어내는 행동이 아니라,
그 사물과 대화하는 또 하나의 행위인것이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서 사물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질수 있고,
또 그 속에서 나의 글쓰기가 늘어간다면...
이 또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참....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했는지....
이 광고쟁이가 참으로 대단하고, 대견스럽고(?), 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