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아이들과 이야기의 세계에 열정이 얼마나 대단하면 이런 섬세한 수공예의 환타지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무려 3년이라는 세월을 꼬박 투자해서. 바로 작가에 대한 검색에 들어갔다. 놀랍게도 작가 카리나 샤프만은 여성 인권, 교육과 양육에 관심이 많은 전직 시의원출신이다. 콧대높은 엘리트 정치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리 그녀는 소탈해보이는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생쥐 아파트는 그녀가 암스테르담 정계에서 은퇴한 후, 재활용품으로 수작업하였다.

<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 아파트는 높이 3m, 너비 2m에 이르며 방도 무려 100여개를 가지고 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리얼한 소품들은 실제 저자가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모아온 천조각, 병뚜껑, 아이스크림 막대 등으로 만들어졌다. 욕실의 DOVE비누, 음반'THELONIOUS MONK' 부엌에 놓인 세제 Oxydol 등 실물을 연상시키는 소품들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 다음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생쥐 아파트에 대한 감탄이 작가 카리나 샤프만에 대한 존경으로 바뀔 것이다(http://www.hetmuizenhuis.nl)

<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는 총 1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주인공인 샘과 줄리아 외에도 샘의 세쌍동이 신생쥐 동생들, 샘의 사촌 소피, 존 삼촌, 빵집 주인 등 다양한 생쥐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생쥐인형은 무려 1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저자 카트린 샤프만은 이 생쥐마을을 오랫동안 생각하고 기획해왔다. 두꺼운 종이와 종이반죽으로 골격을 이룬 생쥐 아파트를 방, 복도, 정원과 계단 하나하나를 만들다 보니 저절로 영감이 떠올라서 에피소드들이 풍성히 넘쳐났다고 한다. "항상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방을 만드는 동안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이유 없이 만들어진 방은 없는 셈이죠".

8세 아이는 17개의 에피소드 중에서도 '아지트'이야기에 특히 매료되었다. 쇼파 뒤나 커튼 뒤, 혹은 책상 밑 등의 공간 밖에 몰랐던 아이에게 절친한 친구와의 비밀 놀이 공간으로서이 아지트란 개념이 무척 신선한가보다. 샘과 줄리아의 비밀아지트인 계단 아래켠을 너무도 부러워했다. 팬케이크 반죽놀이를 사랑하는 5세 꼬마공주는 아니나 다를까 '팬케이크'에피소드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팬케이크를 뒤집다가 팬케이크 모자를 쓸 뻔한 샘의 모습에 키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