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 친구들과 하모니카 합주 열심히 하고, 선물로 그림일기장까지 받아오던 방학식날. 들뜬 아이는 평소보다 말이 많네요. "미술학원도 다니고, Geronimo Stilton시리즈 엄마에게 다 읽어달래고, 매일 체조하고, 일기도 하루도 안 빼고 쓰고, 외할먼댁도 가고, 할머니 댁도 가고......"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는 아이의 모습이, 딱 어린시절의 저입니다. 매 방학 때면 계획을 세밀하고도 방대히 세우는 통에 계획표 작성에만 하루를 홀랑 다 써야 했었거든요. 물론 그런 '과대포장 방학계획'의 무용성도 경험해본지라, 아이에게 "네가 젤 하고 싶은 걸 세 가지 정해서 그걸 지키는 걸로 해볼까?"하면서 의욕을 살살 하향조정해 주었네요.

 

보세요. 윤식이 '궁딩이'에 난 빨간 손자욱을요. 매일매일 늦잠으로 허송 방학을 보내는 윤식이에게 엄마가 내려준 육탄훈계입니다. 저렇게 매서운 손으로 볼기를 맞았으니 윤식이가 정신을 차렸겠다고요? 천만예요. '잠벌레의 악순환'이라해야 할까요? 늦잠자니 밥맛 없고 낮에 헤롱헤롱, 밤엔 다시 잠이 안와요. 급기야 불면의 윤식이, 새벽 1시에 냉장고 문을 열려 붉게 충혈된 눈으로 부엌에 갑니다. 웅성웅성, 거기서 바로 시간도둑들의 음모를 엿듣게 됩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는 게으른 윤식에게서 시간을 뭉텅뭉텅 베어가자는 음모를요.

 

내 시간을 훔쳐 간다는 데 억울하고 분하긴 한데 한편 시간도둑들의 이야기에 반성도 드는 박윤식. 과연 윤식이는 시간도둑의 음모로부터 겨울 방학을 어떻게 지켜냈을까요? 어떻게 현명히 대처했기에, 초등학교 가서 처음으로 아빠께 뽀뽀도 받고 엄마의 애정 듬뿍 담긴 칭찬을 들었을까요? 어떤 방학생활계획표를 쓰고 지켰을까요? 방학을 맞은 꼬마친구들 <시간도둑과 사라진 방학> 꼭 읽어보았으면 해요. 세살 버릇이 여든가요. 어려서 방학을 어떻게 보내냐의 습관이 성인이 되어서도 생활의 질, 성공지수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 아니랍니다. 방학시간관리를 작은 훈련으로 시작해서 삶을 꾸리고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나가기를 바래요. 즐겁고 보람찬 겨울 방학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