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차 딸을 한명 키우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봤을 때는 날 닮은 못난이가 태어났구나 싶었는데, 두번째 볼 때부터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기가 태어났다니!’하며 아무도 못 말리는 도치맘이 되었다.

생긴 것만 예쁜게 아니라 성격도 온순했다.

배가 고프지 않은 이상 울지 않고, 젖도 잘 빨고, 잠도 잘 자며, 잠귀가 예민하거나 보채는 아기가 아니었다.

어디 눕혀놔도 잘 자고 오랜시간 안아주어야 하거나 엄마 아닌 다른 품을 거부하지도 않았다.

밤낮이 바뀌어 좀 고생스러울 적도 있었지만, 당연한 성장과정이라 여겼다.

태교를 잘 한 것도 아닌데 어쩜 이런 천사가 내게 와주었는지 그저 아기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걷기 시작 할 때부터, 그러니까 첫돌 즈음부터 성격 맞추기가 힘들어졌다.

불편하고 불쾌한 거를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직 대화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아프거나 싫은 건 강력하게 표현하는 게 맞다.

하지만 속마음을 꿰뚫어 볼 수 없으니 엄마는 답답하고 내가 뭘 잘못하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첫애다 보니 모든 게 다 서툰 엄마라서 발달이 제대로 진행 중인지 알기 위해 책을 사서 봤었다.

이 시기에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 구나 하면서 안도하고, 평균보다도 빠른 발달에 우쭐하면서 ‘내가 괜찮은 엄마구나!’하며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했다.

그런데 육아는 갈수록 어렵다.

남과 비교하거나 남을 따라하는 것은 성격상 싫어서, 내 멋대로 하는 게 정답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딸에게는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으므로, 나는 육아서를 손에서 놓는 엄마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어려서 항상 아픈 엄마와 언행이 거친 계부 밑에서 매우 가난하게 자랐다.

유년시절을 떠올리면 미움과 분노가 가장 앞선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한번 싫어하면 끝까지 좋은 점을 인정 안하려는 성격으로 사회 생활 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차차 극복해가고 있지만, 유년시절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이 죄이다.

자녀를 사랑하면 엄마는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알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식은 부모를 만들고, 부모는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려서 무서운 부모만큼 나쁜 영향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결혼을 하니 시부모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본인들의 생각이 옳고 자신들의 삶이 완벽하다고 여기는 시부모를 이겨낼 수 없다.

무시하려고 해도 자꾸 파고들어 건드리니까 남편까지 미워졌다.

내 모든 고생이 남편 때문인거 같아 미운 정도가 아니라 싫다.

손도 잡기 싫고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난다.

애 앞에서 물건을 던지고 고함을 지르며 싸운 적도 여러번이다.

어려서 내가 겪은 불행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차 싶고 눈물나게 후회스럽다.

여전히 큰 문제 없이 어린이집 적응도 잘 해서 복직한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음식도 잘 먹고 잘 웃는 예쁜 딸이다.

이렇게 순수하고 귀하고 착한 아이를 내가 망쳐놓을 수 없다.

[엄마가 모르는 아이마음]에 나오는 문제들과 사례들은 아직 나와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내게도 생길 수 있는 사건들이기에 이번 책을 읽기를 잘 했다.

막상 그런 일이 닥치면 어쩔 줄 몰라 방관하기 보다는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을 것이다.

문제들의 성격은 다를지 몰라도 엄마가 행동해야 할 공통점은 아이에게 집중하고 반응하며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특히나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은 ‘성’이다.

난감하고 민감한 문제라서 회피해버리고 싶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될 문제이기에.

끊임 없는 수고로 부모의 육아를 도와주는 전문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