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연금술사'를 읽을 때 잔잔한 감동을 얻은 것이 있어서 작가의 최근작을 구입해 읽어 보았다. 한국에서도 작가의 명성으로 22쇄까지 인쇄가 된 작품이었다.

인터넷에서 들여다보니 작가가 이 책 본문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무려 219번 사용했다고 한다.(나는 감히 상상도 못할 짓을 한 그 독자는 코엘료에 대한 팬이다) 32절 사이즈에 283쪽에서 219번이니 거의 한 쪽당 한 번씩 '사랑'이란 단어를 구사했다. 결국 작가는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쓰고자 한 것인데 난 왜 단어 사용 횟 수만큼 작가의 의도나 생각을 읽지 못할까?

왜 여주인공인 필라가 피에트라 강가에서 울었는지 난 모르겠다. 얼핏 생각해보면 약간 이해할 것은 같은데 내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거나, 여주인공의 우는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한 번 더 읽으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작가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로 올려놓은 '연금술사'를 읽고 바로 최신작을 읽어서 그 사이에 작가의 작품세계가 무지 변하고 발전한 것을 내가 따라잡지 못하나 싶다.

여주인공 필라는 스페인 지방인 소리아에서 어렸을 적에 마음에 담아 둔 남자친구의 편지를 받고 그를 만나러 사라고사(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마드리드로 간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신학교 학생으로서 새로운 신령을 접하고 사람들에게 신의 뜻을 전하는 강연을 하고다니는 중이다. 소설은 필라가 사라고사에서 출발하여 남자친구를 만나 함께 5일간 여행하면서 대화하고 느끼고 고백하고 서로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라는 가슴속에서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의 갈등을 수시로 느끼고 남자친구 역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필라를 초대한 것이다. 필라는 어지러운 마음상태에서 여러 사람과 사람같지 않은 사람(일종의 환각)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 환각들은 신의 여성적 면모를 강조하고 예수보다 성모 마리아를 더 신격화시킨다. 이미 종교를 잊어버리고 놓아버린 필라에게 마드리드와 빌바오로의 여행은 수 많은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폼 잡고 어디가서 잘난체 하기 좋은 표현들은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글 중에서 "이 강물에 떨어진 것들, 나뭇잎이며 곤충, 새의 깃털들은 모두 돌로 변해서 강바닥에 가라앉는다고 전설은 말한다. 내 마음을 갈가리 찢을 수 있다면, 그래서 흐르는 강물에 내던질 수만 있다면.... 이 고통과 그리움은 끝나고 마침내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으련만..." 이나 "꿈속의 그 길들과 산, 그리고 평원들을 잊으리라. 내것이었으나 내 것인 줄 몰랐던 꿈들을.", "마법의 순간을 기억한다. '예' 혹은 '아니오'라는 한마디가 한 사람의 생을 영원히 바꿀 수 있는 그 순간을...", "그는 말했다.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해. 추억은 나이 든 자들의 몫이야.", "어쩌면 사랑은 주어진 시간이 다하기도 전에 우릴 늙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젊음이 이미 다했을 때 다시 젊게 하는 것인지도. 그러나 지금, 어떻게 내가 그 순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바로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인 것을.", "이 슬픔을 향수로, 고독을 추억으로 바꾸기 위해서. 내게 쉴 곳을 마련해 주었던 이 연인이 말한대로, 이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나는 이걸 저 피에트라 강에 던져버릴 수 있으리라.", "물은 불로 씌어진 것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성인들이 말했으니.", 마지막으로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인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보다 '종교'와 '인간'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다른 측면에서는 모든 '사랑'들의 종합적인 측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로 해석이 된다. 그리고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 소설은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신에게 귀의하는 한 차원 높은 초월적인 '사랑'으로서만이 온전히 가능하다는 종교학, 신학의 입장에서 다룬 것일지도 모르겠다.

끝...

피에트라강가에서나는울었네, 파울로코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