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오랫만에 만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안녕, 시모키타자와>다.
그렇다면 시모키타자와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주인공 요시에가 영화 '시끌벅적 시모키타자와'를 보면서 그곳으로 이사할 용기를 냈었다는 그 거리는
언뜻 우리나라의 인사동을 연상시키키도 했지만 아마 그보다는 차분한 분위기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곳에 이제 막 시모키타자와를 만나며 '안녕'이라는 수줍은 인사를 건네는 요시에와 엄마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죽었다.
그것도 어떤 여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는 소식은 남겨진 모녀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여자인지, 어떻게 왜 죽어야만 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그 모든 의문은 미궁속으로 빠져버렸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을 잃은 엄마와 아빠를 잃어버린 요시에의 깊고도 깊은 상실감이었다.

쉽사리 씻어내기 힘든 고통의 시간들, 이제 요시에는 시모키타자와 역에서 가까운 하숙집 2층 방을 빌려
독립을 했고, 집에서 마주 보이는 가게 '레 리앙'에서 일도 시작했다.
무겁고 답답했던 집안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싶은 때에 시작한 자취 생활은 각별했는데, 이제야
아빠 일을 털어 내고 자신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즐거운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거의 맨몸으로 요시에의 새방으로 찾아든 엄마.
새로 이사한 곳에서 열심히 살아 보려 했던, 혼자이기에 가능한 즐거움들을 누려 보고자 했던 요시에
였지만, 아빠와 함께 살던 그 집에 혼자 있기 싫다는 엄마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엄마도 큰 일을 겪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시모키타자와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럭저럭 유명한 가수들 뒤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딸을 하나 둔, 그런 엄마를 아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에 혼자 살아가는 것 보다 새로운 곳에서 엄마는 그 어떤 사람도 아닌 그저 중년여자
의 모습으로만 살아갈 수 있어서 좋았고, 요시에는 '레 리앙'에서 일도 하고 요리도 배울 수 있는 꿈을
간직한 시모키타자와의 삶이 좋았다.

물론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비참하고 처량하게 버려진 두 사람에게는 마음을 달래는 것이 가장 필요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공간이 시모키타자와였고, 갑작스런 상실을 마주보며 극복해 나가는 두 여자의 심리를 알뜰살뜰히
살피고 있는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아무도 대신할 수 없고, 그 사람이 없어지면 끝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오래가기는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끝나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지금 음미하고 경험하고
싶다고 절감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 조용조용히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