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꾸리는 동안 우리를 위로해 줄 음악과 책, 티셔츠 몇 장이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50리터짜리 행복한 삶을 짊어지고 1년만에 다시 찾은 곳이 바로 라오스 제2의 도시
루앙프라방이다.
메콩강과 같은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 곳, 세계라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루앙프라방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여행 이후에 남는 것은 사진이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따스함을 전해 주는 건
역시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닐까 싶은데,
소박하지만 따뜻했던 오이 한봉지의 추억이나
왜 사람들이 루앙프라방을 떠나기 아쉬워하는지를 궁금해하며 나누었던 캐나다인 여행자와의 대화
그리고 갑작스런 스콜로 나무 밑에서 함께 비를 피하며 만났던 금발의 여행자, 어린 노비스 그렇게
셋이서 나누었던 대화는 Hi, Thanks, Bye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절대 빼놓으면 안될 노비스나 승려들과의 추억, 그리고 내 마음에도 새겨두고 싶던
그들의 의미있는 한마디 한마디를 듣는 일도 퍽 좋았다.
"기억해 둬. 너의 아픔이 이 세상 모든 아픔의 총량이야.  네가 아프면 세상이 아픈 법이라구."
그 구레나룻을 꼭 한 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수는 없었다는, 승려에겐 어울리지 않게 멋진
구레나룻을 기르고 있는 칸티코의 그 말도.

"당신에겐 길을 잃을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여행자니까요.
길에서 헤매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어쩌면 길을 잃는다는 것도 행운일 수 있으니까."
어느날 길을 잃고 찾아 들어간 사원에서 만난 머지않아 정식 승려가 된다는 19살 노비스의 속깊은
이야기까지.

나의 못된 편견 때문이겠지만 남자의 감성이 이렇게 섬세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감성이 뚝뚝 떨어지는
문장과 문장들.
먼지가 날리는 붉은 길, 뜨거운 바람, 바람에 실려 오는 과일 향기, 귓전에 울리는 강물소리, 라오 커피의 
그윽한 냄새, 트라웃 나무의 아득한 흔들림, 벼가 익어가는 소리,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있는 그 곳
루앙프라방.

시가 있고, 노래가 있고, 편지가 있고, 사랑이 있고, 추억이 있는 책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루앙프라방에 석달째 머물던 캐나다인의 그 말처럼 시간 앞에서 옹졸했고 급했고 주저했고 불안했고
고독했던 우리들이 꼭 한번 가봐야 할 도시가 바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나는
어느새 머릿속에 그 풍경들을 그려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