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이상한 주문처럼 책을 읽고 나니 저도 모르게 하악하악 하는 말이 나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말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스르르 나오게 되었다는게 무엇때문이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이외수라는 천재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가끔씩 들려왔던 생활상의 작가 모습과 때때로 연예인 못지 않게 들려왔던 가십성 기사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지고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작가와 작품을 대하는 저의 태도에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이나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보고 들어 알고 있던 내용들이 많이 나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정말 마음 따뜻한 저자의 심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아 감동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아내들이여. 남편들이 사랑고백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지 말라. 남편들이 날마다 풀근해서 녹음기처럼 되풀이되는 상사의 역겨운 잔소리를 참아내고, 자존심을 있는 대로 죽이면서 거래처에 간곡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고, 헤비급 역도선수의 역기보다 무거운 스트레스를 어깨에 걸치고 퇴근하는 모습. 그 자체가 바로 그대와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무언의 고백임을 명심하라.
페이지 : 142

저에게 남편을 대하는 자세를 돌아보게 해주는 글귀에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 나도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남편에게 좀더 다정하고 부드럽게 대하는 아내가 되자고 결심하게는 되어 좋았습니다.

 

	젊은이여.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멀고도 험난하니, 그대 배낭 속을 한번 들여다보라. 욕망은 그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소망은 그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법, 젊었을 때부터 배낭 속에 들어 있는 잡다한 욕망들을 모조리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소망을 담은 큰 그릇 하나만을 간직하지 않으면 그대는 한 고개를 넘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리라. 하악하악.
페이지 : 148

저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에서는 하악아학

정말 그렇구나

맞는 말이네

저도 모르게 물개박수를 치며 어쩌면 이렇게 인간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대단할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황된 욕망을 가득 담고 다니느라 제 젊은 시절은 늘 어깨가 무겁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 정신을 좀 차리고 현실에 발을 내리고 희망과 감사를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된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인간들이 어떤 대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은 거의가 이런 모순을 간직하고 있다. 세상이 그대를 과소평가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그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주 유일의 존재다.
페이지 : 207

육지에서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비유를 들어 바다에서 경주를 시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육지에서의 경주 한 번으로 토끼를 자만과 태만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하거나 거북이를 근면과 겸손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하면 안된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본질을 제대로 꿰뚫지 못하는 큰 단점을 가진 저의 성향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게 만든 부분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것도 성급히 판단하고 대응할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넒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주 유일의 대단한 존재인 저 자신에 자긍심과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 이웃과 함께 행복한 제가 되고 싶습니다,

 

짧은 우화나 단상들에서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며 

때론 실없이 배실배실 웃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박장대소도 하며

한여름의 더위까지도 날려버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악하악, 이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