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것이 대체 뭘까? 대체 여행은 어떤 것이기에 각자가 정의하는 것이 모두 다르고 또 누군가는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여행을 다니지 않고도 사회에서 일가를 이루며 잘 살아가는 것일까? 궁극적으로 여행이란 것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일까? 아닐까?

사실, 나 역시도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면서도 여행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려 보라고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아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선뜻 다 접어버리고 한 1년 정도 세계 곳곳을 여행하라는 소리를 진지한 조언이라고 내놓을 수 있을지... 사실 자신이 없다. 이는 나 역시도 그렇지 못했고, 기껏해야 남들 다 가는 유명 관광지 몇 곳을 여행한 것이 인생에서 내놓을 수 있는 여행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난 사람이라면 그가 내놓은 책이든 강연이든 한번쯤 귀 기울여 본다. 대체 이들은 나와 무엇이 다르기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또, 이들은 그러한 결정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가 굉장히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김예솔의 <괜찮아, 청춘이잖아>는 내게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온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다 읽어내리는데 나는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이 책은 줄글로 주저리 주저리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놓은 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여백의 미를 아주 잘 살린 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나아가 보통의 여행서의 구성이 그러하듯 책 전체를 맥락도 없는 여행 사진으로 도배해 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아주 필요한 부분에만 사진을 사용하였으며, 그보다는 한 줄 글로 한 페이지를 차지해 버린 경우도 있다. (사진 참조)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나면 그 어떤 많은 글들을 담은 책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을 포괄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이 책은 여백으로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예솔은 약 427일 동안 세계 38개국을 돌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바를 이 책 속에 담았다. 특이한 것은 저자가 공대생이었다는 점과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인 삼성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약 3년여를 근무했다는 점 정도가 될 것이다. 즉, 나름 한국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나아가 세계여행으로 뛰어 들었다.

바로 이 점에서 저자와 나를 필두로 한 일반의 상식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녀가 이렇게 선뜻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게다가 위험할지도 모르는 해외여행을 떠나며 유언장까지 쓰고 과연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에 관해서라면 저자 김예솔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따로 문의하지 않는 이상 무엇이 정확한 해답인지는 이 책을 통해서는 잘 못찾겠다. 다만, 내가 이 책을 다 읽어내리며 어렴풋하게 느끼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세계 여행을 통해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해보자면, 즉 저자는 여타의 여행객처럼 막연하게 여행을 통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자기 희망적인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어떤 직업, 직종에 종사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실적인 접근을 하였다 하더라도 대개의 저자들은 이러한 부분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가 세계 여행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서 세계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 저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여행을 통해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현실적인 분야가 분명하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꿈을 찾기 위해 나에게 불필요한 부분을 버렸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지 않냐는 것이다. 나는 이 책 <괜찮아, 청춘이잖아>를 통해 바로 이 점을 깨닫게 된 것 같다. 한번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바를 엿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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