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나 절집에 들어섰을 때 오래된 나무가 떡하니 지키고 있을 때면 깊은 신뢰나 경외감 같은 감정이 생긴다.  그 나무를 지키고 살아온 긴 세월의 힘이 바로 사람의 힘이고 희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당산나무를 지키려 했던 선조들.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던 그들은 분명 인간만이 최고라고 믿는 지금의 시대보다 훨씬 다양한 생각들로 사물을 존중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래된 나무를 지키고 보존한 그 마을과 절집의 사람들을 경외한다. 

이 책에 나오는 나무들은 기본이 몇 백이고 천년을 산 나무도 있다.  오래 산 것들은 대부분 느티나무거나 은행나무 소나무들이었다.  나무를 따라 간 마을에서 마을의 전설은 덤으로 듣는다. 

속리산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에 대한 유래 또한 재미난다.  이 소나무가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얻은 것은 조선 세조 때라고 한다.  세조 10년 법주사를 찾은 세조의 가마가 가지에 걸리자 세조가 ‘가마가 걸린다’고 말하니 소나무가 자신의 가지를 스스로 위로 들어 왕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하였단다.  그래서 그 소나무에 ‘정이품’의 벼슬을 내려 오늘날의 정이품송이 된 것이다.  조선 세조에게서 받은 벼슬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으니 벼슬 중에 벼슬이로다.  그러나 이제 몸의 절반을 내어준 정이품송은 쓸쓸해 보인다.  이 정이품송에게도 부인이 있으니 7k정도 떨어진 곳에 부인송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가까운 김제 망해사에 있는 팽나무 한 쌍이 부부나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각해 보니 입구 쪽에 있는 것이 부인나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리 판단하냐고?  대부분 부인나무는 뿌리부분에서 굵은 줄기가 둘로 나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모과나무를 좋아한다.  선운사 석상암 해우소 앞에 있는 모과나무는 못생긴 모과를 많이도 달고 우렁차다.  청원 연제리의 모과나무가 6백년을 살았다하니 꼭 가보고 싶다.  가까운 부여에 대조사 뒤 성흥산성의 느티나무도 꼭 가봐야겠다.  고려 때 장군의 지팡이가 자라서 되었다는 전설하나 품고 말이다.  가면 아는채도 좀 해야지. 네가 고려의 개국공신 유금필 장군의 그 지팡이렸다!!  자주 가는 백양사의  상계루연못에 있는 이팝나무가 7백년이나 되었다니.  더군다나 이 나무도 지팡이였으니 그 주인은 각진국사였단다. 

모두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1장은 경기도, 강원도 2장은 충청도 3장은 경상도 4장은 전라도와 제주도로 이어진다.  큰 나무들만 얘기하지 않고 ‘나무 바로 알기’를 통해 작은 나무들도 소개된다.  미선나무도 이 책에서 내가 얻은 수확 중에 하나이다.  ‘하얀 개나리’라고도 한다는 이 나무를 꼭 보고 싶다.  그 외에도 본문에서 나오지 않는 나무의 생물학적인 개념을 자세히 소개해 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여행이 나무가 주가 되지는 않는다.

여행을 갔다가 좋은 나무를 보면 ‘음... 좋다’라는 위안과 평안 내지는 그 집에 대한 신뢰나 경외감이 동반될 수는 있지만 나무 하나를 보자고 먼 길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것도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나무가 보고 싶어서...., 그 마을과 절집을 가장 잘 아는 그 나무.  가장 오래 산 그 나무.  그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아니면 그 그늘에서 오래 쉬어도, 나뭇잎의 반짝거림에 맞춰 내 마음에도 화음을 넣다보면 그것이 위안과 평안함을 주겠구나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