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소개글처럼 이 책의 핵심 내용은 '타인의 행동에 대한 간단한 표본을 근거로 짧은 순간에 내리는 우리의 예측능력이 얼마나 강력한가'에 관한 이야기다.  매일같이 사람을 만나며 그(녀)가 어떤 인물일지를 가늠하고, 식사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투자처를 결정하거나, 심지어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중차대한 사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하루하루 끊임없는 질문과 결정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간다.  문제는 충분한 사전 정보나 연구 없이 순간적 판단에 의지한 결정에 미래를 맡겨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런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정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인간의 예측능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만큼 정확한가를 검증하기 위해 그동안 집적된 다양한 연구를 동원하고 있다.  행동과학과 뇌과학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앞세우는 데에는, 인간의 DNA 속에 각인된 그 본능적 능력이 단순한 주먹구구식 추측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추론으로 증명할 수 있음을 알리고자는 의도라 하겠다.  예를 들어 영-유아의 행동반응 관찰을 통해 그들의 자폐증 발병 가능성을 무척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거나, 심지어 그들이 앞으로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다양한 이론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예측범위까지 훑어가는데, 사진 한 장으로 사람의 외향성, 자존감, 종교성 등은 물론이고 그(녀)의 지능과 범죄성향을 짐작할 수 있으며, 외모의 관찰로 그(녀)의 성적취향을 파악한다거나, 상대방이 동성애자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문제로까지 옮아가면서 딱딱한 이론서에 소소한 재미를 더해 준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이목구비에서 보이는 성 이례성(어떤 사람의 생물학적 성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특징들)의 정도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구별하는 기준과 단서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얼굴의 윤곽, 체형, 걸음걸이, 목소리 등이 해당자의 성적 취향을 추정하게 해주는 특징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그런 예측은 항상 오류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예를 들자면, 영화배우 록 허드슨과 마를렌 디트리히 같은 경우라 하겠다.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거나, 남자들의 시선이 여자들의 엉덩이에 집착하는 사실은 진화론자들의 이론을 통해 건강하고 훌륭한 유전자를 이어가고자는 인간의 생물학적 선호성향이 빚어내는 본능적 행동양태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현대인들 사이에 성행하는 성형수술은 유전자 성분에서 지원받지 못한 인자를 후천적으로 보충하려는 지난한 노고라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찰스 다윈에서 비롯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이 바로 남들로 하여금 비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 과학자의 게을러 보이는 외모 때문에 자칫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1831년 22세의 다윈이 해군측량선 비글호에 박물학자로 승선, 남아메리카와·갈라파고스제도를 비롯한 남태평양의 여러 섬,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를 두루 항해-탐사한 경험은 후일 그가 진화론을 제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비글호의 선장은 다윈의 외모에서 풍기는 '텔'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의 승선 허가를 망설였다는 것이다.  그가 만약 비글호에 승선하지 못했더라면, 진화론은 나오지 못했거나, 최소한 수십 년 후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