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에는 지식의 단순한 소유뿐만 아니라 교육받은 것을 사회적 유희로서 능숙하게 사용하는 능력도 속한다. .. 언어만큼 사람의 교양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  (디트리히 슈바니츠 '교양' 중에서)

 

말 잘 하는 사람들은 그 '세 치 혀로 세상을 주무르는 각별한 능력'으로 인해 세상 사람의 부러움을 받는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말은 그것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라 할 '비가역성'으로 인해 자칫 그 화자를 깊은 함정에 떨어지게 하는 파멸의 반작용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엄정한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뭇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출세가도를 달리던 인물들이 하루 아침에 뜻하지 않은 설화(舌禍)로 역사 무대에서 사라진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역사적으로 유명한 설화사건을 뽑아놓은 것만으로도 베스트셀러를 느끈히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함정들을 요령있게 피해가면서 말로써 스스로의 존재의의를 부각하고, 유명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도 숱하게 등장하겠거니와(특히 정치의 세계에서), 보통사람들이 익히 그 유명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명언들은 그 역사적 현장의 경중을 막론하고 후대에 길이 살아남아 세대를 관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런 동서고금의 명언들 - 대문호, 사상가, 철학자, 종교인, 정치인, 배우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영웅적이거나 재치 넘치며, 심지어 인생의 철학을 담은 촌철살인의 언어구사 능력을 한 권의 책에서 훑어볼 수 있다는 것은 필자의 꾸준하고도 열성적인 자료조사 뿐 아니라 분야와 장르를 넘나드는 백과전서파적 지식의 폭을 짐작케 한다.  저자는 특히, '준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상대의 발언에 따라 즉시 대응'해야 하는 성격상 그 어떤 수사보다도 '화력이 센 장르'로 '리파티(재치즉답)'를 들고 있는데, 그동안 이 분야에 대한 소개가 아직 국내에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충분한 일독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리파티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 사람으로는 마크 트웨인, 오스카 와일드, 링컨, 처칠, 레이건처럼 평소 말과 글의 향연을 직업으로 삼고 있던 뛰어난 문호나 일당백의 정치가들이었으니, 그들의 말에 대한 반사신경은 물론이고, 꾸준하게 쌓아둔 교양의 밑천이 어느 정도인지를 대략 짐작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처칠은 뛰어난 말의 재능을 적재적소에서 통렬하게 구사하면서 국민들을 웃기고 울렸다.  2차대전의 전화 앞에서 두려움에 몸을 떨어야 했던 그들은 처칠이 몸소 보여준 여유 넘치고 품격 높은 재담에서 승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처칠과 같은 지도자를 가졌던 영국인들은 행복한 국민이었다.

 

인생의 처세와 지혜가 번득이고, 누구나 사심없이 웃고 넘기게 하는 해학과 익살이 찰랑거리며, 나아가 화려한 역설과 모순어법을 통해 사람들을 경탄케 하는 수많은  뿐 아니라, 그 말의 향연을 탄생시킨 역사적 배경까지 친절하게 조사해 놓은 이한 권의 책은 생각날 때마다 꺼내 두고두고 씹으며 그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서재의 귀한 보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