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는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한 도성의 문, 궁궐의 문들이 어떻게 세워지고 어떤 역사를 지니면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두 가지 문화재도 소개되고 있다.

다른 역사책을 통하여 이미 알 수 있을 만한 내용도 있고 또 새로운 내용도 들어 있는데, 특히 지금은 보존 상태가 가장 좋지 않은 궁궐인 경희궁의 정문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경희궁의 정문은 '흥화문'인데 1932년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기 위해 지은 박문사라는 절의 절문으로 쓰였다고 한다. 일제는 경희궁을 훼손하여 그 재료들을 마구 가져다 박문사를 짓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그 후 국권을 회복하고 박문사가 헐린 자리에 외국 손님을 맞는 영빈관이 세워졌는데 이 때는 흥화문이 영빈관의 정문으로 쓰였다. 영빈관 자리에 다시 신라 호텔이 들어서고 흥화문은 호텔의 정문으로 쓰이다가 1988년에 경희궁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육조 거리를 앞으로 두고 경복궁의 정문으로 사용되던 광화문 역시 전쟁을 통해 사라졌다가 다시 중건되었다. 그 후 일제에 의해 제자리를 떠나 조선총독부건물을 가리는 역할을 하다가 2010년이 되어서야 제 자리 제 모습을 찾았다.

창경궁 또한 일제에 의해 벚꽃나무가 심기고 동물원 식물원으로 쓰이며 이름까지 창경원으로 격하되는 수모를 겪다가 1983년이 되어서야 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이렇듯 문 하나에도 우리의 가슴아픈 역사가 그대로 살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흥인지문'의 이름에 얽힌 사연도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였다. 다른 문들의 이름은 다 세글자인데 흥인지문만은 두글자씩 두줄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대문 주변의 산과 관련있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세 곳의 문 근처에는 모두 높은 산이 있는데 흥인지문 근처에는 낙산이라는 낮은 산만 있기 때문에 땅의 기운을 강화하기 위하여 글자 수와 행을 늘여서 땅의 기운을 강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 앞에는 다른 문들과 달리 너른 마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왕이 직접 백성들과 소통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제통문'과 '세계 평화의 문'을 제외하고 대부분 조선 시대의 문을 다루고 있고, 사대문과 사소문의 내용을 모두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남지만, 역사적인 사건을 구석구석 실어 놓았고, 문을 통해 우리 조상들이 어떤 역사를 이루어왔는지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라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