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을 한 후엔 다시 드라이리딩과 감정리딩을 거쳐야된다. 동아리회장은 시간이 없다며 리딩은 금방 끝내고

 

블로킹에 들어가자고 한다. 연출가도 동의하는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전국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나갈것이다.
사실 의자는 한번도 상을 탄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실낫같은 희망이 자꾸 나를 찔러댔다.

대회에서는 30분의 시간만 주어지기 때문에 오델로의 하이라이트 부분!
마지막에 오델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이는 부분만 연기할 것이다.

처음엔 중요인물을 맡았다 생각했지만
내 대사는 4개밖에 없었다. 그것도 17페이지 중에 14페이지에나 가서야 등장했다.

난 벌써 대사를 다 외웠다.
내가 하고싶은 것에 비해 나는 너무도 적은 분량이었다.

이것은 너무나도 맛있는 치즈케이크를 숟가락으로 한 술밖에 떠먹지 못할 때처럼 감질맛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의자의 일원으로서 비록 작은 역할이라해도 책임감을 갖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무대는 신성한 거니까.

 

<며칠 후 수민의 일기>

 

나는 내 연기에도 신경을 썼지만 다른 사람이 연기할 때에도 관심을 갖고 열심히 봤다.

 

그것은 나의 연기공부에 엄청 도움이 된다.

 

주로 오델로와 데스데모나의 연기를 보게 되는데, 언제나 재미있다.

 

나는 관객이고, 그들은 배우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결국 전국대회 예선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아직 연기의 초보라 심각하고 무거운 연기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대회가 아닌 관객들 앞에서 연극을 할 것이다.

 

30분짜리로 줄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공연 할 것이다.

 

적어도 3개월은 연습해야 할 것 같다.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의자 화이팅!!

 

<의자 단원중 한 명, 오델로의 데스데모나 역을 맡았던 이소희의 일기 중에서>

 

사실 남자배역들이 탐난다.

데스데모나같이 아름답고 정숙한 여인보다는 모험과 스릴이 넘치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싶다.
삼총사에 달타냥이나 아토스, 돈키호테, 몬테크리스토백작, 신밧드, 셜록홈즈, 캐리비안해적의 잭스패로우 선장, 아더왕이나 멀린 등이 되어보고 싶다. 연기가 정말 좋다. 여자 배역들은 왜이렇게 한정되어 있을까? 역량있는 작가들이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많이 써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