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다. 휘익 휘익~ 바람소리가 들렸다. 나무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휘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런 날씨에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가?

"내일 하면 안 될까?"
강아지가 추위에 떨면서 말했다.

"작전상 불쌍한 강아지인 척해서 그 집에 들어가기로 했잖아! 이런 날이면 딱 좋지!"

"매정한 것!"
강아지는 눈을 흘기며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강아지는 대니얼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학교에 도착.
리사는 먼저 재훈을 만났다.
"사실은 마법의 우산이 널 남자친구로 만들어 준거야. 미안해 우리 헤어지자."

속사포처럼 빠른 속도로 말했다.

재훈은 너무 황당하여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이야! 자, 내가 이 우산을 이 강아지한테 줘 볼께."

재훈은 강아지가 우산을 물자 강아지가 예뻐 보인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에 비해서 리사의 모습은 어쩌면 저리도 실망스러운 걸까?
그가 좋아했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평범한 여대생이 눈앞에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재훈은 떠났다.

이런 식으로 제임스도 떠났다.

약간은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홀가분했다.

강아지와 둘이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대니얼의 모습이 보였다.
리사가 강아지에게 저 사람이 바로 대니얼이라고 알려주었다.
강아지는 멍멍하고 달려가 대니얼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얘 누구야? 네 주인 어디 있니? 비 오는데 왜 맞고 있어?"
하지만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황당해서
"야! 너 주인한테가! 이 강아지 주인 없어요?"
하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이렇게 비오는 데 강아지를 내버려두기도 뭐했다.

결국 대니얼은 강아지를 집에 데려가기로 했다.

대니얼의 집은 여느 집과 다름없이 평범했다. 단 한 곳 수상한 방을 빼곤. 그 방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문을 장식하고 있는 기괴한 장식은 방이 심상치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암시를 하고 있었다.

강아지는 눈치를 보다가 방문이 열리면 따라 들어갈 생각으로 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방이 열리자 강아지는 잽싸게 따라 들어갔다. 강아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곳이 정말 집 안에 있는 방일까?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그 곳이 정말 넓고, 어두침침하기도 했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괴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뼈만 남은 사람들이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을 주위에서 뭔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치 공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 것 같았다. 뼈들이 일한다는 것을 빼면 말이지.

'저사람... 무섭다... 나도 개뼉다귀로 만드는 거 아닐까? 그런데 개뼉다귀가 이럴 때 쓰는 말 맞나? 하여튼 도망가자!'

강아지는 이렇게 생각하면 허둥지둥 거렸다. 그런데 여기서 빠져날 방법이 있을까? 밤에 문을 열고 빠져나가기? 하지만 강아지는 키가 작아 현관문 손잡이에 손이 닿질 않잖은가?
그럼 우유구멍! 거기라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가야겠다. 우유구멍으로!

밤이 되어 모두 자는 걸 확인한 후 강아지는 우유구멍으로 쏙 빠져나갔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사가 반갑게 마중한다.

<리사의 집>
"뭐? 해골들이 집안을 돌아다닌다고?"

"그래! 보기만해도 오싹한 개뼉다귀들이 거기서 일을 하고 있어! 임금은 받고 일하나 몰라."
강아지는 그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말했다.

"뼈다귀가 돈이 필요하겠냐? 그나저나 뭔 일을 하는 거지?"

"그야 모르지! 하여튼 끔찍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

강아지가 치를 떨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