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정도 정성을 다해 읽었다. 얼마 전 <이런 사랑>을 읽고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 매력을 느껴 <암스테르담>을 사게 됐는데, 작가가 쓴 순서로는 거꾸로 읽은 셈이다.

<암스테르담>은 1998년 영국 부커상 수상작이다.
그동안 유럽소설은 대부분 프랑스 작가들의 몫이었다(그것도 ‘공쿠르상’ 수상작과 같은..). 부커상에 대해 들어는 봤으나 자세히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문학상 중 하나라고 되어 있다(누구의 기준인 거얏! 이런 세계 몇 대라는 표현을 다는 것은...). 부커상은 1968년에 제정되어 그 역사가 짧을뿐더러 우리나라에 영국의 현대문학이 그리 활발하게 소개되지 않았기에 조금 낯선 게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어쨌든 세계의(유럽의) 문화지도는 밀레니엄을 기준으로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옮겨간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패션, 대중문화, 미술, 영화에서 이제 문학까지. 영국의 현대문학이 예전 같지 않게 활발하게 소개되는 듯하고, 무엇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좋다. 영국영화처럼.(실제로 매큐언의 소설 증 <속죄>(어톤먼트), <첫사랑, 마지막 의식> 등이 영화화 되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이제 고작 두 권밖에 읽어보진 않았으나 그의 작품은 연애라는 가짜 외피를 두르고, 그 중심에 계란 노란자처럼 사회적인 문제점(드 클레랑보 신드롬, 복장도착행위)이 있으며 이를 둘러싼 법적, 도덕적 담론들이 계란 흰자로 보위하고 있는 서니 사이드 업 스타일의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프로패셔널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신문사 편집국장, 현대음악 작곡가, 출판기업 사장, 외무장관, <보그> 출신 사진작가 등..)의 직업세계에 대한 세세한 묘사,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 생각지 못했던 우연의 한 순간을 통한 전 우주의 흔들림 혹은 변화과정, 완벽한 심리묘사 및 인물 묘사 등 정통소설과 현대소설의 장점들을 모아놓은 듯한 소설이 매큐언의 소설이다.

암스테르담은, ‘합리적인 것으로 치자면 따라올 민족이 없는’ 사람들의 도시이다. 안락사가 (비밀스럽게) 통용되는 나라이다. 여주인공 몰리의 남편과 3명의 연인들이 그녀의 장례식에 모였다가 이를 계기로 급속도로 추락해 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현대 영국인들의 위선과 강박관념, 프로패셔널의 내피, 정치와 사회, 언론의 혼탁 및 시스템과 생리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이야기로 펼쳐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보낸다.

매큐언의 소설을 사회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로 만들면 참 괜찮은.. 그렇지만 나는 조금 더 다른 걸 원한다. 매큐언 소설의 여러 부분 중 사적이고 섬세한 면만 따로 떼내도 좋을, 그런 소설에 대한 기대감. (다른 소설을 다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사회적인 부분을 걷어내도 충분히 훌륭한 내용이 나올 것 같은데, 사회적 성향이 너무 강하다 보니 사적이고 내밀한 부분의 강점이 묻혀버리는 듯해 조금 아쉽다. 

소설 <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Ian McEwan/ 박경희/ 미디어2.0/ 2008.9.24. 인터파크/9.26~28